“종교 교리 문제 사법심사 대상 될 수 없다”
2024-08-29 (목)
▶ 법원, 성소수자 축복 기도 목사 소송 각하
▶ 이동환 목사 “중세시대 사는 듯 낙후된 인식”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21일 ‘정직 2년 징계’의 무효를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이 각하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성소수자에 축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목사가 낸 징계 무효 소송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김형철 부장판사)는 21일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를 상대로 낸 총회재판위원회판결 무효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쟁점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감리회의 교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이는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 관계가 아닌 종교 교리 해석의 문제에 불과하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감리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교인인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을 전제로 하지 않아 예외적인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원고의 법적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데 유효•적절하고 직접적인 권리구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목사의 정직 처분이 이미 2022년 10월 만료됐기 때문에 이 목사가 이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직 판결로 인해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가 제한되고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원고는 정직 판결로 인해 교회를 운영할 수 없었고 생계의 어려움도 겪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직 판결의 효력 유무를 다툴 뿐, 이를 선결문제로 한 손해배상청구 등의 구체적인 권리 주장은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을 마친 뒤 이 목사는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받은 징계는 내부 판례가 되어 구성원을 옥죄고 있다"며 "중세에 살고 있는 듯한 낙후된 인식으로 세워놓은 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움은 담되 포기하지 않겠다"며 "항소할 것이고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일부 목회자들에게 동성애 옹호 행위로 고발당했다. 2020년 10월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법원에 해당)는 이 목사에 대해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내렸다. 이 목사가 상소했지만, 상소심 재판에서도 정직 2년이 유지됐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로 진행된다.
이후 이 목사는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감리회는 이 목사가 2020년 12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재차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식을 집례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 목사에게 출교 판결도 내린 상태다. 이 목사는 지난 3월 이 판결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법에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