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나 독거 노인이 된다

2024-08-23 (금)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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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혼자 가는 길이다.

같이 늙어가며 서로 도움이 되고 의지하며 살아가던 부부도 같이 죽을 수는 없다. 누구나 혼자가 되어 살다가 죽는다. 약과 의술이 발달하며 특별한 사고나 죽을 병이 안걸리면 100세는 무난하게 산다고들 하는가 본데 80이 넘어서도 활기차게 살기는 정말 어렵다. 어느 날부터 혼자서 병들고 노약하고 힘없이 하루를 넘기다가 죽는다.

마지막을 잘 정리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병들고 지쳐서 보호받으며 하루를 연명하다 가야하니 갑자기 죽은 사람을 보고 복 받았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심장병으로 갑자기 죽은 사람, 뇌질환으로 죽은 사람. 우리는 죽은 뒤의 세계도 생각을 많이 하지만 살아서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더 큰 문제다. 죽은 뒤는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된다.


주위 식구에게 피해 안주고 죽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비굴한 모습을 남기고 싶지도 않지만 내 목숨 내가 끊을 수도 없는데 죽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유명한 성직자가 있다. 늙으면 모든 것이 면죄가 되는지 곡기를 끊으면 아주 편하게 죽는다고 한다.

늙어서 하는짓은 무죄인가. 과거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강직하게 살던 할아버지가 식음전폐하고 돌아가신 걸 본 적이 있고 내가 사는 곳에서도 어느 여자의사가 재산정리를 하고 음식을 끊고 보름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 분들에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젊어서부터 사고로 갖고 있던 병인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늙으면 다 그래요‘. 하면서 암이나 치매가 아니면 노화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섭섭하게 들린다. 젊어서부터 갖고 있는 병인데 나이 먹어서 병원에 가면 젊어서는 사진찍은 것을 체크하며 몇번에 이상이 있는데 심하지 않으니 물리치료를 하라고 하는 정도의 말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말도 안한다. 늙으면 그 정도는 누구나 있단다. 갈수록 기억력이 쇠퇴하고 혹시나 치매가 걱정이 되어 뇌가 온전치 않아서 뇌검사를 받는다. 검사결과 사진을 보고 그 나이에 그 정도 뇌가 쪼그라드는 것은 정상이라는 진단의 결과다. 숨쉬는 게 힘들어서 체크했더니 심장이 75%가 막혔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보다 조금 더 막힌 것이란다. 이제는 외상이 아니면 병원에 안 갈려 한다. 어떤 사람은 숨이 차서 스텐트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분들도 많다. 아직 그런 수술 받으라는 말은 없지만 하고 싶지않다. 그렇게 해서 몇년 더 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명이 재천이라면 다르게 제 수명에 찾아 갈 것이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지만 그것도 하늘의 뜻이라고 살다가 가고싶다. 나중에 마지막 어떤 병으로 고생을 하다가 죽을지 모르지만. 주위에 폐 끼치며 비굴하게 죽고 싶지않은데. 아직 죽음을 말할 정도의 나이는 아니지만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많다. 황창연 신부님 말씀처럼 죽음이 얼마 안 남은 사람에게는 하늘에서도 이해를 해주는 곡기를 끊고 내 목숨 내가 결정을 해야 하는지. 그것도 쉬운 건 아니라고한다. 정신이 흐려지며 판단이 바뀔 수 있고 결정을 못할 수 있다.

미국에서 고생하며 번 돈을 정리하고 과테말라라는 나라에 가서 선교사로 훌륭한 일을 하다가 루게릭이라는 병에 걸려서 오랫동안 아내의 도움으로 살다가 죽은 친구가 있다. 유언이 젊어서는 화장으로 하였는데 죽음이 얼마 안 남어서 바뀌어 묘지를 만들어서 가족 옆에 있게 해달라고 한 동창 친구가 있다. 그렇게 굳은 의지로 살던 사람도 마음이 바뀌는데 하찮게 살던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병의 종류에 따라 내 결정과 의지가 없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모르는 일이다.

태어나는 것은 나 모르게 태어나서 나 모르게 운명적인 삶을 살았지만 죽음은 내 결정으로 주위에 피해주지 않고 남은 삶을 잘 가꾸고 강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 하고 싶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마지막 길이다. 주위에 피해 덜 주며 그날을 초연하게 마주하고 싶은 나의 바람이다.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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