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토리아 이씨의 억울한 죽음

2024-08-22 (목) 여주영 뉴욕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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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저지주에서 발생한 한인여성의 사망 사건은 미국사회에 공권력 남용과 인권보호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키기에 충분하다. 조울증을 앓고 있던 20대 한인여성 빅토리아 이씨가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이 사건은 소수인종인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건 당일 가족들은 그녀의 상태가 악화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바디캠에 따르면 경찰은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않은 채 문을 차고 들어가 곧바로 이씨를 사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씨는손에 생수병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어머니가 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대로 이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한인사회 공분을 크게 사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비극적 죽음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심각하게 다가온다. 내 집안, 이웃집에서도 얼마든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여성이 백인이었다고 해도 이처럼 무작정 총을 쏘고 들었을까? 이는 분명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이고 인권유린 행위이다.

이번 사건은 소수인종이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하게 한 이 사건은 미국내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를 다시금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촉발시키며, 미 전역에 대규모 시위와 항의를 촉발시켰다. 이러한 사건들은 미국사회에서 공권력의 남용과 인권보호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다. 특히 인종적으로 힘이 약한 아시안의 경우 더욱 그렇다.

공권력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는 너무나 빈번하다. 특히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공권력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허다하다.

미 헌법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인종이나 피부색, 성별, 경제적 배경 등에 따라 인권보호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공권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경찰의 과잉진압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교육과 개선노력도 시급하다.

한인사회는 이번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피해가족의 법적대응을 통해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노력을 돕는 일이다.


그리고 연대와 지지를 통해 더 이상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인을 건드리면 전체가 벌떼같이 일어나는 무서운 집단이라는 사실을 경찰과 모든 관계기관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범 한인사회차원에서 한인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적극 나서야 한다.

뉴욕한인회는 경찰로부터 한인이 인권침해를 당해 목숨을 잃었는데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또 한인정치인들은 다 무얼 하고 있는가? 표만 얻기 위해 한인들을 찾고 후원금 받기에만 혈안이 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지금 이씨의 가족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참변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들은 경찰의 과잉대응에 큰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졸지에 한 가정의 삶이 송두리째 짓밟히고 무너졌다.

이는 우리 모든 가정이 얼마든지 당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인사회는 적극 나서야 한다. 단합된 힘으로 목소리를 높여 경찰의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는 빼앗긴 한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함이고,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한 마땅한 노력이다. 조용하면 이런 사건은 언제고 또 일어날 수 있다.

<여주영 뉴욕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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