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자가 되어봐야 비로소 알수 있는 것

2024-08-09 (금)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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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전쟁도, 올림픽도, 우리가 일상 즐기는 골프나 바둑, 당구등 스포츠나 오락이 모두 그렇다. 요즘 한국에서는 당구가 건전 스포츠로 매우 활성화 되어 있고 특히 노령층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 스포츠임을 알수 있다. 프로 골프의 경우 박세리와 최경주가 전세계 골퍼들의 전쟁터인 미국 LPGA, PGA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한국인 선수들이 많은 우승자를 냈으며,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정도가 중심이던 바둑도 지금은 전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랭킹 1위가 됨으로서 이런 스포츠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만큼 위상이 높아진것도 사실이다. 프로 선수들이야 직업인만큼 우승이 목표가 되어야하고 우승자에게 큰 상금이 돌아가며 모든 찬사가 집중될 수 있지만, 아마추어들이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을 할때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겨서 얻는 것은 진 친구에게 패배감을 안겨주어 친구와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며 미움을 받게 될 수도 있다. K씨는 미국에 와서 친구들과 오랫동안 골프를 즐겼는데 주로 식사비를 내거나 한 홀당 1달러에서 5달러 정도의 상금을 걸고 내기를 했다. 평소에 1달러라는 것은 그리 큰돈이라 여겨지지 않던 것이 골프장에서 내기를 할때 1달러는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지는건 싫은데 이겨도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제법 큰 돈을 걸고 골프를 하다가 서로 다투게 되어 친구와 헤어지게 된 경우도 있었다. K씨가 주로 돈을 잃거나 식사비를 냈을 때는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친구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K씨도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었으며, 게임에서 지고 잃은 날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패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은 친구를 기쁘게 해주었고, 식사 대접을 해 줌으로서 우정을 깊게 쌓아 갔던 것이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배려와 용서가 있기 때문이고, 삶이 아름다운 것은 미소와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크게 존경 받지는 못할망정 미움을 받거나 욕을 먹지는 말아야 한다. 중국 고사에 ‘강산이개, 본성난개’라는 말이 있다. 강산은 바꿀 수 있지만 인간의 본성은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본성을 지혜롭게 다스려야 하는데 그 마음은 골프나 바둑, 당구등 게임 을해서 패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고 얻게 된다. K씨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최근 훨씬 더 강한 사람을 보고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패자의 미학이다.


사람은 살아 가면서 몇가지 잘 먹어야 하는 것이 있다. 음식을 잘 먹어야 하고, 깨끗하고 좋은 물을 마셔야 하고, 청정하고 맑은 공기로 숨을 쉬어야 하고, 마음을 잘 먹어야 하고, 끝으로는 나이를 잘 먹어야 한다. 요즘 세상엔 어리석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모두가 영리하고 똑똑하고 계산이 빠르며 이해관계에도 밝다.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영악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다소 부족한 듯이 살아가는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이 적고 사랑을 받는다. 사람의 관계란 그런 것이다. 내가 너무 잘나고 똑똑하여 남에게 배울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만큼 고독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프랑슈와 로슈푸코는 “적을 원한다면 친구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라. 그러나 친구를 원한다면 친구들이 당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게 하라!”고 충고했다. 노후에 즐겁게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좋은 친구가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프나 바둑, 당구등 게임을 할 때 친구들에게 종종 져주는것도 좋으며, 패자가 되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철학적 삶의 비결이다.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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