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 한국 양궁 왜 이리 강한가
▶ ‘양궁 한류’도 막지 못한 두터운 선수층
▶무조건 실력으로 선발 ‘공정·투명’ 시스템
▶양궁협회, 최고 궁사들 최고의 뒷바라지
이번 파리올림픽 양궁 3관왕에 등극한‘신궁’ 김우진(위)과 임시현이 금빛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
한국 양궁이 기어이 올림픽 금메달 5개 싹쓸이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도 양궁에서 전 종목 석권을 해낸 바 있으나, 당시는 혼성전 도입 전이어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이 4개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번 여자 대표선수들의 경험 부족과 중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비약적인 기량 향상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올림픽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파리에서도 태극궁사들은 최강의 위용을 뽐냈다. 여자 양궁의 경우 지난 88 올림픽 이후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쌓고 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어떻게 이렇게 ‘넘사벽’을 구축했을까.
그 답은 바로 ‘공정·투명한 시스템’ 그리고 ‘실력의 힘’에 있다.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한국 양궁 대표팀 선발전 통과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양궁의 성공의 배경에는 항상 최강의 궁사를 선발해내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수 선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적어도 양궁에서만은 파벌이나 학연 등이 철저히 배제된 채 신인부터 기존 금메달리스트까지 모두가 계급장 다 떼고 온전히 실력만으로 총 5차에 걸친 살얼음판 승부를 펼쳐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를 뽑는다는 것이다.
양궁 평준화 흐름의 중심에는 ‘양궁 한류’가 있다. 각국 협회가 한국인 지도자들을 영입해 경기력 향상을 시도한 지 오래다. 선수들이 직접 한국으로 와 ‘양궁 과외’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 기술을 익혀도 한두 명의 톱 레벨 선수들만으로는 한국을 넘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 양궁의 매우 두꺼운 선수층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결과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올해 등록한 실업 양궁 선수는 404명이다. 404명의 성인이 활쏘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풍부한 선수 자원을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러나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고 해서 늘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며 최상의 실력을, 최고의 무대에서 있는 그대로 뽐낼 수 있게 해주는 건 대한양궁협회(회장 정의선)의 몫이었다. 양궁협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물 샐 틈 없는 ‘완벽 지원’으로 선수들을 도왔다.
도쿄 올림픽 때처럼 진천선수촌에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세트’를 설치했다. 경기장 출입구에서 사대, 미디어와 만나는 인터뷰 공간까지 가는 동선을 실제와 똑같이 만들고 장내 아나운서 코멘트, 관중의 환호성에 소음까지 프랑스어와 영어로 틀어 현장감을 높였다.
양궁협회는 파리 현장에서의 선수 지원에도 온 힘을 쏟았다. 회장사인 현대자동차 도움을 받아 프랑스 근교 일드프랑스에 위치한 140년 전통의 종합 스포츠클럽 ‘스타드 프랑쉐’를 대회 기간 통째로 빌렸다.
이곳에서 선수들은 편한 마음으로 기량을 점검할 수 있었다.
또 선수들이 경기 사이에 푹 쉴 수 있도록 앵발리드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방 6개에 더해 2층 라운지를 통째로 빌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길에 동행하면서 시간을 쪼개 선수 지원 시설들을 둘러보며 동선 등에 문제점은 없는지 직접 체크했다고 양궁협회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