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여름밤의 캠핑

2024-07-19 (금)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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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데리고 첫 캠핑에 도전했다. 집 놔두고 왜 밖에서 텐트 치고 자는지 모르겠다는 주의지만 교회 친구들의 권유로 눈 딱 감고 한번 가보자 하고 집 근처 캠핑장을 예약했다. 캠핑철이라 그런지 캠핑장 예약도 쉽지 않았다. 마침 빅베어 바튼 플랫 캠핑장에 한 자리가 나서 얼른 예약을 했다.

캠핑의 반은 짐 싸기라고 했던가. 처음 가는 것이라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 셋의 짐이 거의 이삿짐 수준이다. 아니 하루 가서 자자고 이 많은 짐을 이고 지고 가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캠핑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기에 꾸역꾸역 짐을 챙겨본다. 다행히 우리 집 픽업트럭을 가지고 가기로 해서 여유 있게 짐을 실을 수 있었다.

캠핑 멤버들과 상의하여 가서 해먹을 메뉴를 정했다. 부대찌개, 삼겹살, 양념 갈비, 닭꼬치, 라면, 새우, 소시지, 누룽지 등을 해 먹기로 했다. 팀을 나눠서 장을 보고 더운 날씨에 상하지 않도록 얼리고 아이스박스에 잘 넣어 실었다. 아이들 간식도 따로 단단히 챙겼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한 시간 반을 달렸을까. 캠핑장 사인이 보인다. 캠핑장 안으로 들어서니 벌써 자리 잡고 앉은 캠핑족들이 벌써 저마다 텐트를 치고 RV를 주차하고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예약한 사이트에 주차를 하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는 것도 일이라고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난다. 다들 장 봐온 음식들을 꺼내 라커에 넣고 첫 번째 메뉴인 고기구이를 준비한다.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가고 압력밥솥에서 쌀밥 익는 냄새가 새어 나온다. 캠핑 와서 먹는 음식은 다 맛있다더니 아이들도 꿀떡꿀떡 잘도 받아먹는다. 에어컨도 없는 이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를 구워주시는 집사님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고기가 익는 속도보다 먹어 치우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쌈채소에 잘 익은 삼겹살과 마늘을 얹고 쌈장에 찍어 입에 쏙 넣었다. 올해 먹은 고기 중 제일 맛있는 고기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곤충 채집에 한창이다. 얼마나 흙바닥을 헤집고 다녔는지 얼굴에 때국물이 흐른다. 그래도 자연 속에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오길 잘했다 싶다.

해가 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저마다 가져온 손전등을 켜고 불을 펴서 캠프파이어를 시작했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를 백그라운드뮤직 삼아 불 주위로 둘러앉아 캠핑의 묘미인 불멍을 하며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하루 종일 똥강아지 마냥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수다에 출출해진 어른들은 장작불에 새우와 오징어를 구워 먹었다. 사모님의 캠핑 스페셜 메뉴인 매운 양념 오징어 구이가 별미다. 직화구이라 그런가 불맛이 나는 게 입에서 살살 녹았다. 하늘에선 별들이 쏟아지고 풀벌레 오케스트라단의 음악 소리와 맛난 음식들, 그 옛날 시골에서 맡던 모기향 냄새까지 어우러져 그날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장작불이 사그라들 때 즈음 아이들 곁으로 가 잠을 청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니 다들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커피 담당 집사님이 주전자에 팔팔 끓인 물로 갓 내린 커피를 한 잔씩 돌렸다. 구수한 커피 한 잔에 피로가 조금은 가신다. 맛있게 아침을 뚝딱 먹고 캠핑장 정리를 시작한다. 남자들은 텐트를 걷기 시작하고 여자들은 다시 짐을 싸기 시작한다.

진하게 탄 믹스 커피 한 잔에 졸음을 쫓으며 운전대를 잡는다. 하산 후 뒤풀이를 약속하며 멤버들과 인사를 했다. 잊지 못할 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한다. 집 나가면 고생인 것은 맞으나 또 사서 고생하고 돌아갈 안락한 집이 있음에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온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뒷 좌석에서 잠이 든 아이들의 쌔근쌔근 숨소리가 들려온다. 고생은 내가 다 했는데 너희들이 곯아떨어졌구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려본다. 산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산 너머로 인사를 건네어본다. 다시 올 때까지 안녕!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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