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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의 인지능력

2024-07-08 (월) 박옥춘 전 미 교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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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서 보여준 안타까운 모습은 노년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생각해 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토론 진행자들의 질문은 거의 모두가 국가 통치와 관련된 정책에 관한 것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후보들은 미리 준비한 예상 질문을 토대로 가상 토론 진행자와 가상 반대 후보를 상대로 토론 연습을 하고 큰 실수 없이 토론을 넘긴다.

바이든도 토론 직전 캠프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보좌관들과 일주일 동안 집중적인 토론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써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기에는 체력과 인지능력이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았다. 나약한 목소리, 얘기 도중 다음에 할 말을 잊어버린 듯 멈추고 안절부절해 하는 모습, 논리에 맞지 않는 횡설수설이 그랬다.

트럼프가 바이든이 한 말을 바이든 자신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것이라고 공격할 때는 재선에 도전한 현직 대통령으로써 보다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노년의 약하고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바이든의 재선 출마를 적극 밀어 부치는 것으로 알려진 부인 질 바이든을 노인 학대자라고 비난하는 뉴스 평론가의 말이 머리에 떠 올랐다.


부인 질 바이든과 아들 헌터 바이든, 그리고 바이든이 재선 되어야 그의 곁에서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보좌진들과 충성 정치인들은 바이든을 90분간의 토론에서 본 모습 대신 그가 지난 3년 반 동안 성취해 놓은 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에 따라 바이든 정부의 성취에 대한 평가는 낮과 밤처럼 다르다. 또 오는 대선은 지난 성취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앞으로 4년 간 미국을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백악관은 바이든이 토론 때 감기기가 있었고 거의 2주전에 돌아 온 유럽여행으로 아직도 피곤한 상태였었다고 그가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을 일시적인 현상인 것처럼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든의 인지능력 감퇴는 지난 2020년 선거 전부터 관찰되었다. 필자는 2020년 3월 10일 한국일보 오피니언 칼럼에 바이든의 거듭되는 말 실수들을 예로 들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의 나이와 인지능력이 고려되어야 된다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번 트럼프와의 토론에서 보여준 바이든의 체력과 인지능력은 4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약해진 것 같았다.

사람은 늙어 가면서 누구나 체력과 인지능력의 감소를 경험한다. 피할 수 없는 자연적 현상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0대를 지나 70대, 80대가 되면 체력과 인지능력의 감소에 가속도가 붙는다. 두뇌의 노화로 신경세포도 줄고 신경세포 간의 전자파 활동도 약해진다. 치매(Dimentia)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급증한다. 그러나 노년기의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체력의 감소는 실감을 하면서도 인지능력의 하락은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기억력이 조금씩 약해지는 정도로 이해하고 지나간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관찰할 수 있다. 기억력이나 언어 구사력처럼 이미 습득되어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나 지식을 재생하여 활용하는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과 새로운 정보나 지식에 대한 이해력,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처럼 다양한 정보나 지식을 종합 분석하고 신축성있게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이다.

유동성 지능은 50대를 지나고 60대에 접어 들면 급속히 감소된다. 그러나 기억력 언어력 같은 결정성 지능은 거의 60대까지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다 그때부터 완만한 속도로 감소된다. 그러나 바이든처럼 결정성 지능인 기억력과 언어구사력에 장애를 보인다면 상당한 정도의 인지능력, 특히 유동성 지능의 상실을 의심할 수 있다. 의사나 신경심리학 전문가로 부터 인지능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바이든은 지난 금요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경인지능력 검사를 받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자기는 매일 하는 일을 통해서 인지능력 검사를 받고 있다는 말로 정식 검사는 받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유권자의 70퍼센트 이상이 자신의 나이와 인지능력에 의문을 갖는 상태에서 대통령 후보로써 그리고 현직 대통령으로써 책임있는 대답이 아닌 것 같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렵고 중대한 업무를 책임지고 집행해야 하는 미국 대통령 후보가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생활 속에서 책임있는 삶을 살기 원하는 노인들은 생각의 흐름이 막히고 다음에 할 말을 잊어버리는 것 같은 사고와 언어구사에 장애를 자주 느낀다면 신경인지능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치료도 받고 필요한 대로 생활도 조정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에게 책임있는 삶을 오랫동안 살 수 있을 것이다.

<박옥춘 전 미 교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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