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미한 증상에 그치기도 하지만 돌연사 위험도…가슴 두근거리는 ‘부정맥’

2024-07-04 (목)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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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arrhythmia)은 분당 60~100회 정도 뛰는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거나(빈맥) 너무 느리거나(서맥) 또는 간헐적으로 불규칙하게 뛰는 등 정상에서 벗어나는 질환이다. 가슴 두근거림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가슴이 방망이질하듯이 계속 빠르게 뛰는 경우와 간헐적으로 심장박동이 하나씩 건너뛰거나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해당된다.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증상과 치료법이 다양하다. 경미하게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도가 심하면 심정지까지 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부정맥 가운데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과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이 발생하면 돌연사할 위험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부정맥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이 한국인 사망 원인 2위에 올랐다.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부정맥을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알아봤다.

-부정맥이란.


부정맥은 심장박동의 전기 신호 형성과 전달에 관련된 모든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다. 심장에서 전기 신호 생성 및 전달에 이상이 생기거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하면 정상적이고 규칙적으로 수축이 되지 못해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등 불규칙해진다. 이를 부정맥이라고 한다.

발생 원인으로는 선천성 및 후천성 심장병, 담배·술·카페인 등 생활 습관, 고혈압·당뇨병·갑상선 질환 등 동반 질환, 비만, 고령, 유전성 부정맥 등 다양하다. 부정맥은 크게 ▲빈맥성 부정맥 ▲서맥성 부정맥으로 나뉜다. 빈맥성 부정맥에는 불규칙한 맥박을 나타내는 심방세동처럼 심장이 갑자기 덜컥 내려앉는다고 느끼는 ‘조기 수축(premature beats)’이 있다.

또한 빠른 속도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심장박동이 분당 150~200회 규칙적으로 띤다)’은 증상이 예기치 않게 갑자기 발생하고 갑자기 멈추는 특징이 있다. 반면 서맥은 맥박이 60회 미만으로 매우 느리게 뛰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서맥성 부정맥에는 전기 자극을 만들어내는 동방 기능이 약해져 나타나는 ‘동(sinus)서맥’이 있다.

또한 맥박이 심장 전체에 퍼져서 고르게 수축하는 것을 돕는 전도 길이 차단돼 서맥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전도장애’라고 한다. 이런 환자는 어지럽거나 힘이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진단과 검사는 어떻게 하나.

부정맥을 진단하려면 심장의 전기적 이상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심전도 검사’를 시행한다. 심전도 검사는 몸에 여러 개의 전극을 붙인 후 10초가량 진행된다. 다만 10초라는 짧은 시간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면 기기를 24시간 휴대하며 측정할 수 있는 ‘활동 중 심전도(홀터 모니터·holter monitoring)’ 검사법을 시행할 수 있다. 이 기기를 부착하면 평소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24시간 이상 장기간(3~14일) 검사가 가능한 단일 유도 활동 중 심전도도 사용되고 있다.

-치료법은.


부정맥을 진단하는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이다. 특히 심방세동 같은 빈맥성 부정맥 환자는 과로·과음·과식·스트레스 등 생활 습관에 문제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생활 속 위험 인자를 교정하지 않고 다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치료 효과가 낮아지므로 생활 습관 교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생활 습관 중 뚜렷이 교정할 만한 것이 없다면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빈맥성 부정맥에 사용하는 ‘항부정맥 약(Na채널 억제제, β차단제, 활동 전위 지속 시간 연장제, Ca길항제)’이 있다.

항부정맥 약을 사용할 때 가슴이 뛰다가 일정 순간이 지나면 어지럽거나 기운이 빠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빈맥성 부정맥이 서맥성 부정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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