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투표율 영향력↑
▶정치권 러브콜 경쟁
▶ 보유자산 규모 증가
▶정부지출 급등 우려도
고령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연금과 사회보장제도 등 각종 복지정책 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다만 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이터]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주요 국가에서 연금 등 노인 대상 복지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일 노인 유권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에서 갈수록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고령층을 향해 각국의 정치세력들이 여야와 이념을 가리지 않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각국 선거에서 노인 유권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인구 노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설명이다.
1980년대 초 영국에선 40세 이하 유권자의 수가 60세 이상 유권자 수의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영국의 60세 이상 유권자 수는 40세 이하 유권자 수와 동일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고령층의 투표율은 일반적으로 젊은층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투표 결과에서 노인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분석이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65세 이상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18~29세 유권자의 갑절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배경에는 고령층 유권자들의 여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35세 이하 영국인들은 EU 잔류를 원하는 비율이 탈퇴의 2배에 달했지만, 55세 이상 영국인들은 EU 탈퇴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영국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은 앞다퉈 은퇴자 연금 지급 보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영국 은퇴자들의 연금은 지난해 10.1% 증가한데 이어 올해 추가로 8.1% 늘어난다. 19~49세 노동자들의 중간임금이 5.7% 상승하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한 상승률이다.
연금 상승과는 별개로 리시 수낵 총리는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령층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한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일격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조기 총선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은퇴 연령을 2세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 정책을 추진해 인기가 떨어졌다.
이에 비해 조기총선 1차 투표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2위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모두 연금개혁에 반대했다.
반면 노인들을 위한 주요 국가의 지출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년 후인 2054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의료보험과 사회보장 등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출이 전체 비이자 지출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공화당도 이 같은 상황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고령층에 대한 사회보장을 줄이지 않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고령층의 보유 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65~74세 가구의 자산 중간값이 41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경우 연금 생활자 4명 중 1명 이상이 100만 파운드(약 127만달러)) 이상의 자산가다.
이에 비해 젊은 층은 부모세대에 비해 자기 집을 보유하는 데에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