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토론 부진에 ‘나비효과’ 촉각… “익명 요청” 몸조심 모드
▶ 트럼프 귀환시 외교정책 급변 예고… “바이든, 동맹 리더십 부각 노력 실패”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격돌했다. 2024.6.27 [로이터]
11월 대선을 앞두고 27일 열린 첫 TV 토론회를 지켜본 동맹국의 당국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무기력하고 허약한 모습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동맹국 당국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거짓말'을 거듭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내내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을 더욱 주목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트럼프가 엄청난 거짓말을 했다"면서도 "다만 우리는 적어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아마도 우리는 바이든에 대해 '전환점'을 목격하는 중"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다소 어눌했던 모습에 실망감을 표했다.
한 유럽 당국자는 "바이든이 나이가 많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며, 그는 자기 나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관전평을 전했다.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핵으로 무장한 초강대국의 지도자로서 연임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려를 표했고, 일부는 두 사람이 모두 지도자로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유럽 쪽 외교관은 "말할 필요도 없이, (토론 모습은) 국제적으로 미국에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몇몇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강인해 보였고, 사실을 왜곡하더라도 더 명확하게 말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한 아프리카 외교관은 "솔직히 말해 그(트럼프)는 우리가 함께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논평에 응한 해외 외교관과 관리들은 다들 '민감한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익명 보도를 요청했다.
미국의 서방 동맹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지도자 중 일부는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및 무임승차론을 앞세운 방위비 증액 압박 등으로 동맹들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 우선주의와 신(新)고립주의에 기반한 이러한 대외 노선은 동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견지되고 있어, 서방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트럼프 재집권시 동맹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가자지구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과 러시아 등 적대세력에 대한 대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 등 동맹에 영향을 미칠 주요 외교 사안들이 거론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외교 난제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는 못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미국을 3차대전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비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상대방이 수많은 외교 정책을 엉망으로 만들고 미국의 동맹을 내쳤다고 공격했다.
이날 토론은 내달 9∼11일 워싱턴DC에서 열릴 나토 75주년 정상회의를 2주 앞두고 진행됐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토론을 통해 동맹에서의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자신이 확실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정치가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했으나 미진한 토론 성과로 그 계획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