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수명이 120살까지라고들 말한다. 그 기대 수명으로 치면 이제 반 정도 왔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 때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지금처럼 씩씩하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일흔 살까지는 비교적 정상적인 신체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 나이가 지나면 여행을 가도 관광버스 안에서 봇짐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어느 날 물건을 찾다가 우연히 아버지 사진을 발견했다. 우리 자매들은 각자 자신이 부모님으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자신하는데, 나 역시 우리 아버지는 딸 다섯 중에서 나를 가장 좋아했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버지가 그립고 좋다.
그렇게 좋은 아버지를 따로 찾지는 않는다. 아버지 사진도 다른 물건을 찾다가 얼떨결에 발견하면 그 때서야 ‘울 아버지구나’라고 혼자 생각하니 말이다. 아버지 생신이나 기일도 따로 챙기지 않는다. 그냥 ‘이 때 즈음이지’ 정도다.
내 두 자식들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더 못할 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넓은 미국 땅에서 동·서부에 따로 살고 있는 아이들이 내가 떠나면 어떤 방법으로 나를 기억할까.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얘기한다. 일 년에 가족이 다 같이 모일 날이 몇 번 안 되기 때문에 얘기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지만 말이다.
“엄마가 죽으면, 엄마 생일이나 기일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산소도 납골당에도 놓지 마라. 그냥 너희가 태어난 생일은 기억할 테니, 각자 생일날에 서로 만나, 울 엄마가 나를 낳아 준 날이라고, 일 년에 두 번은 기억해 다오. 너희 둘 열심히 키웠으니 그 정도까지는 대접 받고 싶고, 그럴 자격은 있다고 본다.”
또한 갑자기 떠나면 잊어버리고 말 못할까 봐 미리 얘기를 해야겠다.
“너희 같이 멋지고 근사한 아이들이 엄마의 아들·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너희들 덕분에 사는 게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살다 보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을 거야.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이 엄마한테 받은 사랑 기억하면서 용기내고 씩씩하게 살렴.”
세월이 또 흘러 10년이 지나면, 자식들에게 또 다른 얘기가 하고 싶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문의 (703)625-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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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