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매체 수상한 관계 폭로 “알고 보니 초기 투자자”
전 세계적으로 400억 달러가 넘는 피해를 가져온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32)씨가 설립한 테라폼랩스의 초창기 개인 투자자 중 한 명이 그가 현재 붙잡혀 있는 몬테네그로의 현직 총리로 드러나면서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지난 18일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테라폼랩스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에 대한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SEC가 법원에 제출한 엑셀 자료에는 테라폼랩스가 설립된 2018년 4월부터 2021년 여름까지 총 81명의 초기 투자자가 기재돼 있다. 이 명단의 16번째에 스파이치 총리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자료엔 법인과 개인 투자자가 명확히 구분됐는데 그는 2018년 4월17일 개인 자격으로 75만개의 루나 코인을 1개당 10센트에 구매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금까지 그는 테라폼랩스 초창기인 2018년 초 본인과 당시 근무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7만5,000달러를 투자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2017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싱가포르 펀드 회사인 다스 캐피털 SG에 몸담았다. 하지만 SEC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엑셀 자료에는 이 회사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스파이치 총리가 10센트에 사들인 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한때 개당 11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폭락해 불과 한 달 사이에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그가 루나 코인 75만개를 최고가에 팔았다면 이론상 9,000만 달러에 가까운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스파이치 총리와 권씨는 2022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따로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둘의 관계에 대해 무수한 의혹을 낳았다. 당시는 권씨가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시기였다.
하지만 스파이치 총리는 권씨가 수배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반박했고, 지난해 3월23일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되자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린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권씨는 지난해 3월23일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범죄인 인도 재판을 이어가면서 계속 현지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권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신현성(38·미국명 대니얼 신)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함께 운영 초기부터 투자자들을 속이려 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대화 내용이 한국 법원에 제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