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 SF오페라 데뷔
▶ ‘마술피리’ 출연 이어 ‘트리스탄 이졸데’도
“노래와 연기 등 그동안 유럽 무대 등을 통해 쌓아온 오페라 가수의 진면목을 보여 주겠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씨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데뷔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광철씨는 2024 여름 축제에서 한창 공연 중인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를 시작으로 오는 10월 공연되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도 출연한다. 오는 10월26일 SF 오페라가 기획하고 있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초연 200백주년 기념 공연’에는 솔로 공연이 예정돼있다.
청주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연광철(58)씨는 1990년 불가리아 소피아음대로 유학, 199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유럽무대에서 인정받게 된 연광철씨는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150회 이상 공연했고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10년간 전속가수로 활동하며 2018년 독일이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 ‘캄머쟁어(궁정가수)’ 칭호도 받았다.
‘마술피리’는 오는 30일까지 샌프란시스코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401 Van Ness Ave.)에서 3회 공연이 남아있다. SF 오페라 김은선 음악감독이 지휘하며 다음 시즌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도 연광철씨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다음은 베이스 연광철씨와의 일문일답.
- 이번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맡은 역할은
▶ 예언자 짜라스트로라는 역이다. 짜라스트로는 두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을 엮어주는 역으로서 부르기에 힘든 역은 아니지만 따스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표현해야한다. 마치 아버지와 같은 그런 자상한 인상의 역이라고나할까.
- SF 오페라에 와서 받은 인상과 소감은
▶뉴욕, 시카고, 보스턴, 휴스턴까지 와 봤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미국내에서도 큰 오페라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막상 와 보니 보스턴이나 휴스턴 등과는 달리 시빅 센터 내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웅장해 보였다. 시의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해 있는 것만 봐도 SF 오페라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베를린이나 파리 오페라와 같은 위용이라고나할까. 아무튼 객석이 3,000석이 넘는 곳은 미국에서도 뉴욕, 시카고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밖에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이번 데뷔 무대는 김은선 지휘자와의 인맥도 무시할 수 없겠는데
▶유럽에 있으면서 그녀가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김은선 지휘자가 SF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F 오페라를 지휘한 지휘자들의 연혁을 훑어 봤는데 김은선만한 지휘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SF 오페라가 앞으로 김은선 지휘자와 함께 더욱 성숙해지고 발전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테너 이용훈, 백석종 등 세계 오페라 무대의 주역으로 활약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연광철씨가 바라보는 한국성악계의 현주소는?
▶옛날에는 홍혜경, 조수미 등을 빼고는 없었는데 요즘은 많은 젊은 성악가들이 도약하고 있다. 사실 성악은 동양인으로서는 제약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우선 독일이나 이태리어 등 발음이 어렵고 또 마스크의 제약도 따르고 있다. 동양인이 성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을만한 연기력이나 발음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계 오페라 시장은 좁다. 이곳에서 성공하려면 노래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 좋아하는 성악가나 하고 싶은 역이 있는가
▶전세대 가수로서 니콜라이 갸우로프를 좋아한다. 하고싶은 역은 사실 본인이 부르고 싶은 역보다는 팬들이 좋아하는 역을 해야하는 것이 성악가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팬데믹 기간에 연습만 하고 발표하지 못했던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의 피맨 역을 한번 맡고 싶다.
-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은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래만 잘해서는 안된다. 대본을 완전히 이해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 역사 등에도 정통해야한다. 발음은 물론이거니와 연기 하나하나에 까지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 오페라는 유럽 문화의 진수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문화의 뿌리도 사실은 유럽에서 왔다. 교향곡이나 악기 연주와는 달리 오페라는 종합예술로서의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예술이다. 아마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최후의 종착역이라고나할까. 특히 이곳 샌프란시스코는 한인이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특수한 곳이다. 많이 오셔서 활약을 지켜봐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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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