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 하원 본회의에서 2024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책정한 국방수권법안(NDAA)이 찬성 219표 반대 210표로 통과되었다. 8,952억 달러 규모의 2025 회계연도 국방 관련 예산을 결정하는 이 연례 법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의결한 뒤 병합해서 단일안을 도출시킨다. 그 후 상하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면 대통령이 서명하는 순서다.
이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헤게모니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떻게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동맹을 강화, 유지하려는지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무리 떠들어도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현재처럼 약2만8,500명으로 유지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 미군의 규모를 급격하게 바꾸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훈의 달 6월은 누구나 떠올리는 6.25사변도 있지만, 또 매년 6월 말이면 육해공군 사관학교 신입생도들이 머리를 깎고 대략 한 달간의 군사훈련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이 훈련을 맹수에 비유해서 BEAST 훈련이라고 부른다. 한인생도들도 해마다 100여명 각 사관학교에 입학해서 훈련을 시작한다고 한다.
6월은 군대와 전쟁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념일들이 많이 있는 호국 보훈의 달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명예로운 삶이 유지 보장되도록 서로가 한 번 더 기억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내 군인 처우 이슈는 잊을 만하면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진다.
해병대 수사단 언론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해병대 수뇌부가 지시한 고 채수근 상병 경북 예천 수색작전이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알 수 있다. 뒤늦은 지시에 장병들은 구명조끼와 같은 안전장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물난리 수색현장에 내던져진 것이다.
이와 별도로 또 최근에 뜨거운 감자가 된 제12보병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의 전말은 억장이 무너진다.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뒤인 5월 25일 사망한 사고다. 평소같으면 쉬쉬하고 넘어갈 수도 있던 사고에 대해 하도 여론이 안 좋다보니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지휘책임자인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군기 훈련을 받다가 패혈성 쇼크사로 죽을 정도이면 아무리 극한훈련을 버텨야 되는 군인이라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특수부대도 아니고 머리 깎고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되는 신입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미국도 물론 어이없는 군대내 사망사고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절차와 순서에 대해 더욱 정교한 감독과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군에 비해 한국 군대는 아직도 너무 병사들을 함부로 하는 구태문화가 남아 있는 듯하다.
전쟁터에서 영웅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군인도 보훈의 대상이고, 훈련소에서 어처구니없는 훈련을 받다가 사망한 군인도 똑같은 보훈의 대상이다.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군인의 목숨은 없다. 마치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의 구호처럼 모든 젊은 군인들의 목숨은 다 소중할 수밖에 없다.
한인 젊은이들도 사병이든 장교든 다양한 채널로 꾸준히 미군에 입대해서 훌륭하고 성실하게 직업에 임하고 있다. 미담도 많이 들리고 심지어 별이라고 부르는 미군 장군들도 속속 생기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내 인종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그나마 인종차별이 덜하다는 군대내에서 강직하면서도 스마트한 한인 군인들이 멋진 리더십을 보여주면 한인사회의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올해 보훈의 달에는 한인들이 공부나 악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용맹한 선조들의 후손들이라는 사실도 미국사회에 널리 그리고 많이 알려지도록 한인들끼리 서로 상기시키고 일깨워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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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