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범 1주년’ 재외동포청에 바란다

2024-05-23 (목) 노세희 사회부장
작게 크게
전세계 708만 한인들을 지원하고 종합적인 재외동포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한국 외교부의 재외동포 정책 기능과 재외동포재단의 사업 기능을 이관받아 설립한 재외동포청이 내달 5일이면 출범 1주년을 맞는다.

LA한인들은 비롯한 해외 한인들은 1997년 10월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된지 26년만에 재외동포 전담기구가 공식 출범한 사실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실질적인 재외동포 정책 수립을 위해 기존 재외동포재단보다 2배 이상 많은 150여명의 재외동포청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재외동포청 예산은 1,067억원으로 2023년 재외동포재단 및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기획관실 예산 676억원 대비 57.8% 늘어났다.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 관련 예산이 1,0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외동포청 수립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서울 광화문에 소재한 재외동포 서비스지원센터는 영사, 법무, 병무, 세무 등 재외동포 관련 민원을 원스톱 서비스한다.

재외동포청은 지난 1월 앞으로 5년 동안(2024~2028년) 펼쳐나갈 한국 정부의 동포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재외동포청은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에서 ▲동포정책 강화체계 확립 ▲동포 정체성 함양 ▲국격에 걸맞은 동포 보호·지원 강화 ▲한인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 기여 등 모두 다섯 가지의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범국가적 차원의 재외동포정책을 수립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니 재외동포의 일원으로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재외동포 업무 수행을 위해 동포청이 앞으로 풀어야할 몇가지 숙제가 남아 있다.

지난 6월 재외동포청이 출범하면서 외교부 재외동포 영사기획관실로부터 순회영사, 영사확인, 아포스티유, 공증서비스 발급 등을 이관받았지만 아직 해당 업무를 담당할 주재관을 파견하지 못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시절 각 재외공관에 파견됐던 담당 영사 자리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결국 외교부 소속의 영사 직원이 필요한 예산집행부터 실제 업무까지 ‘임시’ 수행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재외동포 관련 예산이다.

708만명의 재외동포 숫자는 2023년 말 현재 한국 인구(5,132만명) 대비 14.1%에 달하는 숫자이며, 부산과 울산, 경남을 포함한 ‘부울경’ 인구(774만명)와도 맞먹는다.

한국 국적을 소지한 재외국민만 해도 247만명으로 경북 인구(256만명)와 엇비슷하다. 경북의 총 예산 11조원 중 복지예산만 2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재외동포 인구에 걸맞은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


LA 한인회는 앞으로 해결돼야 할 재외동포 정책 우선 순위로 ▲선천적 복수국적 법안의 현실적 개정 ▲재외선거관 상시 파견제도 마련 ▲정당별 비례대표 후보에 재외동포 포함 등을 꼽고 있다. 특히 LA한인회는 미국 등 해외에서 태어난 2~3세들을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만드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가 대물림되기 때문에 국적 자동상실제의 부활을 내용으로 하는 국적법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전세계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을 마친 14만7,989명 가운데 9만2,923명(62.8%)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은 전체적인 총선 열기를 끌어 올리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재외선거 투표권을 가진 재외국민(197만명) 숫자를 감안하면 실제 참여율은 4.7%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은 무엇보다 현재 채택하고 있는 방문 투표방식에 기인한다.

방문 투표만으로는 재외동포들이 참정권을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재외동포 대표성 문제가 거론된다. 46석이 걸린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여야를 떠나 그 어떤 정당도 단 한 명의 재외동포도 후보로 추천하지 않았다. 이참에 우편투표 도입과 재외동포 비례대표에 대해 확실한 기준점을 마련하는데 재외동포청이 앞장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재외동포청의 위상이다. 한국 정부조직법상 ‘청’은 행정 각부의 산하기관으로 독립적인 예산편성이 불가능하고, 인사와 운영도 해당 부의 장관이 관할한다.

반면 ‘처’는 자체적인 예산 확보를 할 수 있고 여러 부에 흩어져 있는 기능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다. 외교부 소속인 재외동포청이 다른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 관련 행정을 통합해서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재외동포청은 ‘전세계 재외동포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대변자’를 자임하고 있다. 출범 1주년을 맞은 동포청이 곧 개원하는 22대 국회의원들과 법무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한인사회에서 제기한 현안을 강력히 전달하고, 제대로 설득하고, 필요한 정책 개정을 반드시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세희 사회부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