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성인 5명 중 1명 종교 목적 금식’

2024-05-21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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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슬림 라마단 기간 금식 비율 80%로 가장 높아

▶ 특정 기간 ‘음식 중단·사치 및 취미 자제·기도’
▶기독교인 금식은 대부분 사순절 기간에 이뤄져

‘미국 성인 5명 중 1명 종교 목적 금식’

미국내 무스림 중 약 80%가 라마단 기간 금식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히잡을 착용한 무슬림 여성들이 뉴욕 브루클린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로이터]

3월 초부터 4월 초로 이어지는 라마단 기간은 전 세계 무슬림의 가장 큰 종교 절기다. 이 기간 무슬림은 여러 종교의식을 지키는 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금식이다. 금식은 무슬림만의 종교의식은 아니다.

개신교인, 가톨릭 신자, 유대교인 등 타 종교인도 각자의 종교 절기에 맞춰 철저한 금식에 나선다. 최근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은 각자의 종교적 이유로 특정 기간 금식을 하는 데 무슬림 중 금식을 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 1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성인 1만 642명을 대상으로 금식 실시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약 21%의 응답자가 특정 기간 종교적 이유로 금식을 한다고 답했다.


종교별로는 무슬림의 금식 비율이 약 80%로 월등히 높았고 유대교인 중에서도 약 절반(49%)은 금식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기독교인 중 금식 비율은 약 27%였고 기독교인 중에서는 가톨릭 신자의 금식 비율이 4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흑인 개신교인(34%), 백인 복음주의 교인(16%), 백인 비복음주의 교인(7%), 무종교인(4%) 순으로 금식 비율이 조사됐다.

무슬림의 금식은 대부분 라마단 기간에 이뤄진다. 올해 라마단은 3월 11일부터 4월 9일까지였는데 이 기간 금식을 한 미국 내 무슬림은 약 80%로 2017년 조사 때와 같은 비율을 보였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은 금식 외에도 하루에 5번 기도와 매주 사원 참석 등 평소보다 엄격한 종교의식을 치른다.

이번 조사에서 유대인 중 절반이 특정 종교일에 금식을 한다고 답했는데 유대교 속죄일인 ‘욤 키푸르’(Yom Kippur·10월11일~12일) 기간 금식을 실시하는 유대인이 가장 많다. 2019~2020년 실시된 조사에서 욤 키푸르 기간 금식에 나서는 유대인은 약 56%로 조사된 바 있다. 욤 키푸르 기간 금식은 전날 일몰부터 다음날 일몰 후까지 약 25시간 동안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욤 키푸르 외에도 성전 파괴일인 ‘티샤 베아프’(Tisha B’Av·8월 12일~13일)을 기념해 금식하는 유대인도 많다.

기독교인 중 금식 비율이 가장 높은 가톨릭 신자의 금식은 대부분 ‘사순절’(Lent) 기간 이뤄진다. 사순절은 부활절 주일 전 40일 기간으로 이 기간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는 의미로 금요일에 고기를 먹지 않거나 평소 즐기던 일을 자제하는 가톨릭 신자가 많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사순절은 사치를 포기하고 자기 훈련에 나서는 기간이라고 설명한다. 2015년 조사에서 가톨릭 신자 중 47%가 사순절 기간 음식, 음료, 취미 등 평소 즐기던 것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금식을 했다고 답했다.

개신교인도 사순절 기간 금식하는 비율이 높지만 교회 또는 교인 각자의 종교적 목적으로 금식하는 경우도 많다. 불교, 힌두교, 그리스정교회에서도 금식이 자제력을 향상시켜 영적 훈련에 도움이 되는 의식으로 인식한다. 기타 종교인의 금식 비율은 낮은 응답률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제외됐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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