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리즐리가 생태계에 끼칠 영향은?...전문학자들, 기후변화에도 노스 캐스케이드에서 번성할 가능성 점쳐

2024-05-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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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가 생태계에 끼칠 영향은?...전문학자들, 기후변화에도 노스 캐스케이드에서 번성할 가능성 점쳐
그리즐리로 불리는 갈색 대형 곰이 연방정부 계획에 따라 국립공원 지역인 워싱턴주의 노스 캐스케이드 산맥으로 강제 이주된 후 그곳 생태계는 어떻게 바뀔까?
한 마디로 아무도 모른다고 전문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리즐리의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 식성과 환경적응 능력 등에 관한 연구 자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주될 곰도 고작 25마리뿐으로 한 세기가 지나야 200마리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한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주된 그리즐리가 번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우선 9,800평방마일에 달하는 광활한 노스 캐스케이드의 85% 정도를 연방정부가 관리해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고 서식지가 될 동굴과 먹이가 될 동식물 및 곤충이 풍부하다는 점이 꼽혔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노스 캐스케이드도 여름철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빙하가 줄어들며 겨울철에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악영향이 미치겠지만 학자들은 거의 40가지의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도 그리즐리가 기후변화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예를 들어 산불로 나무들이 타면 그 자리에 헉클베리 등 곰이 즐기는 딸기 류가 자라난다. 빙하가 줄어들수록 그리즐리의 생활반경은 넓어져 새로운 먹이와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게 된다. 그리즐리는 식성이 까다롭지 않고 먹이를 찾아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그리즐리들이 머지않아 강에서 연어도 잡아먹게 될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한다.
그리즐리는 또한 맹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조경사이기도 하다. 풀뿌리나 곤충을 찾기 위해 흙을 파헤침으로써 자연적으로 객토가 되게 하며 엄청난 배설물로 땅을 거름지게 하고 그 배설물에 섞인 씨앗들을 여기저기 흩뜨려 생태계의 확장을 돕는다.
학자들은 정상급 포식자인 그리즐리가 노스 캐스케이드에 등장하면 그곳 생태계의 균형이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경우 마지막 회색늑대 무리가 학살된 지 70여년만인 1990년대에 회색늑대 41마리를 다시 이주시킨 결과 너무 크게 늘어났던 엘크가 줄어들었다. 엘크들이 잎사귀를 먹어 버드나무들이 말라죽자 비버들이 댐을 짓기를 포기했고, 그에 따라 하천의 수량이 늘어나는 생태계 변화가 초래됐다. 하지만 늑대를 이주시킨 후 이런 현상은 종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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