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일생이란 말 자체가 어색할 지경으로 거의 없다 싶지만 어머님에 대한 찬가, 애틋한 그리움, 사랑에 대한 고마움, 보답하지 못한 불효, 그로 인한 죄책감 등의 글들은 글을 웬만큼 쓰려는 이들의 단골 주제가 아닐까 한다.
최근 빙모(聘母)님의 소천을 보고 만감이 오가기에 예전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기도, 또 어떤 이는 읽어보기도 했을 기 드 모파상(Guy de Mopassant)의 여자의 일생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물론 인생의 행로는 전혀 다르겠으나, 희망이라는 것과 절망이라는 사실에 접할 땐 많은 경우 공통점이 발견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대략 살펴보도록 하겠다.
주인공 잔느, 장소는 노르망디, 파리로부터 북서쪽 167km 떨어진 항구도시, 우리들에겐 세계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상륙작전 성공으로 전세가 독일의 패망으로 연결로 더욱 잘 알려진 곳, 이곳의 귀족가문 출신의 꿈 많던 아리따운 소녀 잔느, 신앙심 깊고 자유로워진 수도원 졸업 후 그녀 앞에 나타난 요즘 말로 훈남형의 청년 줄리앙, 젊은 두 청춘 남편의 불꽃 튀는 사랑, 결혼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아들 하나를 두었지만 줄리앙의 바람끼로 내연녀의 남편인 백작에 의해 살해당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랄까, 그 애비를 꼭 닳은 아들 폴 때문에 어미가 누군지도 모르는 손녀를 할머니인 잔느가 키워야만 하는 혹독하고도 기구한 현실에 몸서리친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극찬했다. 여기서 그녀의 충실한 하인 로잘리의 명언과 그녀의 반응을 들어보자.
로잘리 “인생이란 그렇게 행복한 것도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잔느 “우리의 삶이 늘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살 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빙모님은 1920년대 유복한 명문가(名文家)에서 태어난 분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처녀가 경기도 양주골 허허벌판 명문가 심(沈)씨 마님이 되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여러 자손들 중 촉망되던 최고 명문학교를 나온 아드님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앞서 보내야만 한 비운이 있었으니 한 여인으로 얼마나 큰 실망과 한을 품었을까를 생각하니 애처롭다.
작년 가족의 모국방문 때 빙모님을 요양원으로 방문했을 당시 전해 들은 그곳 원장님 말씀은 비록 누워 계시지만 이 할머님처럼 곱게 우아하게 늙으심이 인생의 가장 본받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주무시는 듯이 편안하게 삶을 마감하셨다는 막내 처제의 말에 안심이 된다, 천국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소서,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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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