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작가 서도호 ‘스미스소니언의 얼굴’ 됐다

2024-05-07 (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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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아시아미술관 광장에 설치미술 ‘공인들’ 전시

▶ WP “공공미술을 뒤집다”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인 서도호 작가의 ‘공인들’(Public Figures)이 미국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 기관인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 앞 프리어 광장에 전시됐다.

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작품은 1998년 처음 제작됐으며, 지난해 NMAA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재탄생했다.

WP는 ‘내셔널몰에 세워진 서도호의 기념비, 공공미술을 뒤집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물관 입구를 장식한 서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WP는 “언뜻 보기에 아직 영웅의 청동상이 없는 빈 주추(plinth)처럼 보이지만 ‘공인들’은 뒤집혀 있다. 주추 아래에 배치된 작고 수많은 인물 조각상들이 힘을 모아 거대한 무게의 상판을 들어 올리고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WP는 이 작품이 공공미술과 사적 공간이라는 테마를 비틀어 선보이는 서 작가의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서 작가는 투명한 천으로 만든 집 등 굳건한 건축물을 부드러운 예술로 바꾼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한국 대표 미술가 중 한 명이다.

‘기념비’는 서 작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로 한 명의 영웅적인 인물을 지지하거나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대신, 사회 속 개별 주체의 역할과 의미를 드러낸 작품이다.

서 작가는 ‘공인들’을 두고 기념비에 대한 개념이 대두되는 시기에 내셔널 몰에 세워진 ‘대항 기념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권력의 위계질서와 그 구조, 우리는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며 “우리 언어처럼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W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공인들’에는 작은 군인처럼 보이는 수십 개의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파티나 조각상은 다양한 성별과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정장을 입은 사람들과 나란히 서 있다. 수백 또는 수천 명의 익명의 인물을 대상으로 한 서 작가의 다른 프로젝트에는 의류 브랜드 등의 번쩍이는 유머가 포함돼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더 직선적이며 테마 면에서 거의 사회주의 현실주의적이다.

지난 2018년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이 선보인 서도호 개인전 ‘올모스트 홈’(Almost Home)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 작가는 서울, 뉴욕, 베를린의 여러 도시에서 살았던 집의 방을 섬세하고 몰입감 있는 디스플레이로 만들기 위해 고급 모델링 기술과 전통적인 재봉 방법을 결합하여 정교하고 세밀하게 재현했다.

1962년 태어난 서도호 작가는 서울대 동양화과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고 예일대학원에서 조소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성북동 한옥과 판이하게 다른 미국의 아파트 생활을 통해 문화적 괴리감을 느꼈고, 이를 실과 직물을 이용한 섬세한 설치작품으로 구현했다. 한옥을 실제 크기와 동일하게 제작해 공중에 띄우는가 하면, 뉴욕의 아파트를 문고리와 변기까지 표현해 제작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이 된 ‘집’은 문화정체성을 상징하며 ‘문’은 서로 다른 문화권을 넘나드는 통로로도 해석된다. 한국 현대 수묵추상의 거장인 서세옥 화백의 장남으로 LA카운티 뮤지엄, 뉴욕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뮤지엄들이 그의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있다.


이번 ‘공인들’ 전시는 캐럴 허 현대 아시아 예술 부큐레이터가 기획한 것으로, 더 많은 한국 작품과 현대 미술을 선보이기 위한 NMAA측 노력의 일환이다.

스미스소니언은 19개의 문화예술기관이 모인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박물관이며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은 철도계 거물 프리어가 수집품을 기부해 1923년 개관, 지난해 100주년을 맞았다.

한편, 지난달 27일 설치된 ‘공인들’은 앞으로 5년 간 전시될 예정이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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