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 전망대

2024-04-26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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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무대 중심에 선 베이지역 출신 한인 음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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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백석종씨(오른쪽 2번째)가 뉴욕 멧츠 투란도트 공연을 마치고 상항 한국인 연합감리교회 교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지역에 살다보면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종종 볼 수 있게 된다. 가장 인상에 남는 공연은 80년대초 데이비스 심포니홀을 찾아온 피아니스트 앙드레 왓츠의 공연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노쇠했지만 젊은 시절 앙드레 왓츠의 연주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성악가로서는 플라치도 도밍고, 마릴린 혼, 브라인 터펠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한국인 지휘자 정명훈의 SF 심포니를 지휘하는 모습도 봤고 조수미의 공연, 장영주의 공연도 여러차례봤다. 굳이 전세계를 여행하지 않아도 베를린 필이나 비인 필, 런던 심포니 같은 세계적인 악단들이 버클리나 샌프란시스코 등 베이지역을 자주 찾아오며, 버클리 심포니에서 지휘하던 켄트 나가노가 몬트리올 심포니의 지휘자로 발탁되는 등 베이지역 출신들이 출세하는 모습들도 종종 보게 된다.

베이지역 출신 중 가장 출세한 음악가는 얼마전 타계한 세이지 오자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지휘하던 세이지 오자와는 보스턴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발탁된 뒤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쥐었다.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선다는 것이 꼭 음악가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할 순 없지만 아무튼 실력있는 음악인들이 베이지역을 발판 삼아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베이지역 음악팬들에게도 뿌듯한 자긍심을 안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베이지역 출신으로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역으로 발탁된 테너 백석종씨와 베를린 필을 지휘한 SF 오페라의 김은선 지휘자도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한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김은선 지휘자는 동양 여성으로서 최초로 베를린 필이라는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의 포디움에 선 최초의 한인 여성으로서 우뚝섰다. 베를린 필은 여성지휘자는 커녕 얼마전까지만해도 여성 단원조차도 얼씬 못했던 보수 중의 보수 오케스트라의 하나였다. 그런 곳에서 당당히 그것도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의 약점을 딛고 유리천장을 깨부신 모습은 요즘 임윤찬을 비롯 조성진 등 클래식 한류의 위상을 말해주는 쾌거가 아닐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김은선과 백석종 등이 베이지역에서 우리와 함께 숨쉬며 활동한 바 있는 베이지역 출신 한인 음악가들이라는 점이 더욱 자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었다.

김은선 지휘자는 18일(현지시간) 베를린 필과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여성 지휘자 시대의 도래를 예감한다’며 교향곡 악장 사이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연주에서는 몇 차례나 박수가 나왔다. 베를린필 관객들이 편견없이 좋은 연주에 감동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며 여성 지휘자 시대 도래에 대한 감회를 표현했다. 한편 김은선 지휘자는 5월30일 부터 SF 오페라의 섬머 페스티발에 참가, 모차르트의 ‘요술피리(The Magic Flute)’를 지휘할 예정이다.
한편 테너 백석종씨는 최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의 공연을 마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기간에 샌프란시스코 한인 교회에서 매일 연습하며 소리에 집중, 1년6개월만 테너의 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콩쿠르에서 입상, 2022년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대타로 ‘삼손과 데릴라’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이번 멧츠 무대에 서게 된 행운으로 연결됐다”며 베이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백석종씨는 상항 한국인 연합감리교회의 성가대 지휘자로 재임하면서 바리톤에서 테너 음역에 도전, LA Loren L Zachary 국제 성악 콩쿨에서 우승하면서 테너로서의 완벽한 변신을 입증하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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