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자율 올라도 집 반드시 사겠다”…올해도 콧대 높은 집값

2024-04-25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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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이자율 7% 넘었지만 더 오를 전망

▶ 매물 부족에도 수요 커져 집값 계속 상승

“이자율 올라도 집 반드시 사겠다”…올해도 콧대 높은 집값

집값과 이자율이 동시 오르고 있지만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겠다는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로이터]

“이자율 올라도 집 반드시 사겠다”…올해도 콧대 높은 집값

주택 구입비 부담이 가중돼 세입자 사이에서 평생 집을 못 살 수 있다는 절망감이 퍼지고 있다. [로이터]


모기지 이자율이 결국 7%를 넘었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맥의 18일 발표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의 전국 평균치는 7.1%로 전주 대비 0.22%포인트 상승했다. 재융자에 많이 활용되는 15년 만기 이자율도 3주 연속 상승, 6.39%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예상과 더불어 금리가 오히려 인상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모기지 이자율은 앞으로 상승세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이미 큰 폭으로 감소한 주택 거래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주택 시장 동향을 살펴본다.

◇ ‘집값 더 오르기 전에 반드시 산다’

오르는 것은 모기지 이자율뿐만이 아니다. 주택 거래는 감소하는 데도 주택 가격은 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월 14일 기준 전국 주택 매매 중간 가격은 38만 250달러로 2022년 6월 최고치(37만 7,155달러)에 약간 못 미쳤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 의하면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월 주택비 중간 가격은 2,775달러로 작년보다 무려 1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입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내 집 마련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주택 구입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5% 증가했고 레드핀이 집계하는 주택 수요 지수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레드핀은 집을 보여달라는 이른바 쇼윙 요청과 기타 부동산 중개 서비스 요청 건수를 바탕으로 집계한 주택 수요 지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천 짜오 레드핀 연구원은 “모기지 이자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로 지금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가 많다”라며 “높은 이자율에 익숙해진 일부 바이어는 가격대를 낮춰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자율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니면 못 산다’라는 인식에 주택 구입을 서두르는 바이어도 많다.

코니 더널 레드핀 소속 부동산 에이전트는 “몇 년 전 주택 구입을 시작한 한 바이어는 매년 오르는 이자율을 보며 ‘작년에 샀더라면’하는 후회를 되풀이한다”라며 “이 같은 후회를 올해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 ‘평생 집 못 살 것 같다’

주택 가격과 이자율 동반 상승세에 내 집 마련에 대한 세입자의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레드핀이 세입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5명 중 2명(28%)은 평생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감을 드러냈다. 불과 9개월 전인 작년 6월 조사에서 내 집 마련이 힘들 것 같다는 세입자 비율은 약 27%에 불과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절망감의 이유로 세입자들은 나날이 치솟는 주택 가격을 들었다. 약 44%의 세입자가 집값이 너무 올라 주택 구입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우려를 보였다. 이어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대한 부담감(35%), 모기지 페이먼트 감당에 대한 부담감(33%), 높은 모기지 이자율(32%), 주택 관리비 부담(17%), 매물 부족(15%) 등도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 주택 비용 마련 위해 끼니도 거른다


나날이 치솟는 주택 비용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 보유자 또는 세입자 중 절반인 49.9%가 주택 비용 마련을 위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비용에는 모기지 페이먼트와 렌트비 외에도 주택 보험료, 냉난방비, 유틸리티 비용,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주택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는 경우도 많았다.

‘주택 비용 마련을 위해 최근 1년간 했던 일은?’이란 질문에 응답자 중 약 34.5%가 여행을 덜 가거나 아예 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22%로 주택 비용 부담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잡’을 뛰거나(21%), 소지품을 팔아(21%) 주택 비용 마련에 나섰다는 답변도 많았다. 천 짜오 레드핀 연구원은 “주택 비용 부담이 나날이 가중되면서 식료품, 의료비와 같은 필수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바이든 지지자 절반 대마초 합법 주 거주 희망

정치 성향에 따라 살고 싶은 지역이 크게 나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레드핀이 지난 2월 주택 보유자와 세입자 2,995명을 대상으로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 주에 거주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참여자 중 1,162명은 오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고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는 1,171명이었다. 나머지는 두 후보에 대한 투표 의향이 없는 응답자였다.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8%는 기호용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된 주에 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반면 트럼프 후보 지지자 중 대마초 사용 합법 주 거주를 희망하는 비율은 12.4%로 낮았다.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대마초 합법 주 거주 의사에 차이를 보였다.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 중 약 35.2%는 대마초 사용 합법 주에 거주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반면 연 소득 5만 달러~10만 달러, 5만 달러 미만인 응답자의 경우 같은 답변 비율이 각각 25.9%와 23.2%로 낮게 나타났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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