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후죽순 타운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는 ‘텅텅’

2024-04-17 (수)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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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간 20만sqft 공급
▶윌셔길 등 상당수 비어

▶ 일부는 불법낙서 범벅
▶인기 없고 렌트비 높아

우후죽순 타운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는 ‘텅텅’
우후죽순 타운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는 ‘텅텅’

우후죽순 타운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는 ‘텅텅’

LA 한인타운 윌셔가의 주상복합 아파트 1층 상가들이 완공 후에도 여전히 비어 있다. 위쪽부터 윌셔와 후버, 윌셔와 아드모어, 윌셔와 윌튼의 모습. [박상혁 기자]


16일 오후 LA 한인타운 윌셔와 후버 코너에 위치한 대형 주상복합 단지인 ‘커브 온 윌셔’의 1층 상가는 창문에 짙은 색깔의 틴팅만 입혀져 있을 뿐 소매업소가 입주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2021년 10월 완공된 커브 온 윌셔는 23층 높이에 644개 아파트 유닛, 1만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상가로 구성된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인데, 완공 후 2년이 넘도록 1층 리테일 상가들이 입주자 없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이다.

또 윌셔와 윌튼 코너에 완공된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 1층 상가 자리도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0여년 동안 LA 한인타운 곳곳에 대대적인 주상복합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소매업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높은 렌트비 등이 맞물려 상가 상당수가 수년째 텅텅 빈 채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빈 상가는 낙서로 범벅이 되고 주변에 홈리스까지 몰리면서 한인타운의 슬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윌셔와 아드모아에 위치한 젬마 아파트 1층 상가에는 우리은행 아메리카 지점만 입주해 있는데 빈 공간 창문은 흉물스런 낙서로 뒤덮여 있다. 이 아파트는 한인사회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제이미슨이 기존 오피스 빌딩을 주상복합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8월 완공된 8가와 세라노 코너의 ‘더 라이즈’ 아파트와 ‘로야’ 아파트 1층 상가에는 각각 시온마켓과 홈쇼핑월드가 입주 채비를 하고 있어 주상복합 건물의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소매업 경기가 한창 좋았던 시절 상가 대부분이 꽉차 있었던 기존 주상복합 아파트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주로 후버와 웨스턴 사이 윌셔가에 집중된 주상복합 건물 상가 역시 절반 이상 비어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10년새 LA한인타운 내 주상복합 아파트를 통해 공급된 상업용 공간은 20만 스퀘어피트 규모에 달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LA도시계획위원회에서 승인절차를 마친 아파트 대부분이 주상복합 형태다. 이들 프로젝트가 완료될 경우 10만 스퀘어피트 이상의 상가가 추가 공급될 전망이다.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주상복합 건설이 지속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건축설계 사무소인 DGB아메리카의 천준홍 대표는 “팬데믹 전 소매업 경기가 한창 좋을 때만해도 개발업자들이 아파트 주민과 인근 유동인구를 기대했다면 요즘은 LA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역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주상복합 건설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매업주 입장에서는 주상복합 내 소매업 공간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일반 쇼핑몰에 비해 주상복합 상가 임대료가 훨씬 높고, 소매업소 성격상 주차와 출입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아무래도 아파트 위주로 설계되다 보니 불편함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주상복합 상가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건물주들은 렌트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센추리21 부동산 브로커 민동규씨는 “렌트비가 떨어지면 매매시 건물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차라리 빈 상태로 내버려 두고 손실분 만큼 세금을 덜 내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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