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 당국 자료입수 분석
▶ 1년간 40만 명 체포했지만 40%는 ‘단순 행정 위반자’
▶ 살인·성폭력·갱단원 극소수 “최악 범죄자” 주장과 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첫 1년 동안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이민자 약 40만 명 가운데 살인·성폭력 등 강력 범죄 전력이 있는 비율은 14%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워 온 “불법 체류 중인 최악의 범죄자들을 겨냥한 단속”이라는 주장과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CBS 뉴스가 입수한 연방 국토안보부(DHS)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첫해 동안 ICE는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추방·단속 작전을 벌였지만, 실제 체포 대상의 상당수는 강력 범죄와는 무관한 이들이었다. 해당 통계는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자료로, 트럼프 2기 이민 단속의 실상을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낸 공식 수치로 평가된다.
DHS 문건에 따르면 ICE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일 다음날인 작년 1월21일부터 2026년 1월31일까지 1년여 간 약 39만3,000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약 15만3,000명(약 39%)은 어떠한 범죄 전력도 없는 상태였으며, 단지 불법 체류나 체류 기간 초과 등 민사적 이민법 위반만 적용된 경우였다. 이 같은 이민법 위반은 형사 범죄가 아니라 법무부 산하 이민법원의 민사 절차를 통해 다뤄지는 사안으로, 폭력성이나 공공 안전 위협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체 체포자 중 약 22만9,000명(약 60%)은 범죄 혐의나 유죄 판결 이력이 있어 ICE 내부적으로 ‘범죄 외국인(criminal aliens)’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에서도 대다수는 비폭력 범죄였다.
그 숫자를 구체적으로 보면 ▲살인 혐의·전력 보유자 약 2,100명 ▲성폭력 혐의·전력 보유자 약 5,400명 ▲강도 범죄 약 2,700명 ▲폭행 범죄 약 4만3,000명 ▲납치 약 1,100명 ▲방화 약 350명 등이었다. 이들을 모두 합해도 전체 체포자의 약 13.9%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해 온 “살인범, 강간범, 갱단원” 중심의 단속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수치다. 특히 살인 및 성폭력 관련 체포자는 전체의 2%도 채 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속의 상징으로 내세운 베네수엘라계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 역시 통계상 비중은 미미했다. 갱단 연루 혐의로 체포된 인원은 약 7,500명(1.9%) 수준이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직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며, 갱단원으로 지목된 200여 명을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로 추방한 바 있다. 그러나 CBS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60분’의 공동 조사 결과, 이들 중 상당수는 명확한 범죄 전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번 자료는 ICE의 체포 건수가 바이든 행정부 말기였던 2024 회계연도(11만3,000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범죄 전력 보유자의 비율은 오히려 72%에서 약 60%로 감소했다. 즉, 단속의 양은 폭증했지만, 상대적으로 비범죄자 또는 경미한 위반자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되면서 ‘위험 인물 중심 단속’이라는 명분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단속 방식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24년 대선 당시와 집권 초기에는 추방 정책이 과반의 지지를 받았지만, 미니애폴리스 등 일부 도시에서의 과잉 단속 논란과 체포 대상의 성격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CBS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59%에서 46%로 급락했으며,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민 단속이 지나치게 강경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DHS 대변인 트리샤 맥러플린은 성명을 통해 “마약 밀매, 아동 음란물 유통, 절도, 사기, DUI(음주운전), 횡령, 미성년자 유인, 인신 밀입국 등은 통계상 비폭력 범죄로 분류된다”며 단속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폭력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정당한지, 또 시민과 커뮤니티에 미치는 파장은 충분히 고려됐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