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망대> SF 심포니 지휘자 사태
2024-04-12 (금)
이정훈 기자
SF 심포니의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상임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과 결별한다. 에사 페카 살로넨은 지난 달 성명을 내고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결별할 것임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이다. 5년전 음악감독직을 수락할 때만해도 야심차게 추진하려했던 많은 프로그램들이 취소된 마당에 구태여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코비드 사태로 2년간 공쳤던 살로넨은 재정적인 이유까지 겹치면서 SF 심포니와 제대로 일한번 해보지 못하고 (정상적인 시즌으로서는) 만 3년만에 SF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나게됐다. 베이지역의 음악팬들의 입장에선 세계 정상급 지휘자를 놓치게 되는 아쉬움도 따르지만 그 내막이야 어떻든 아무튼 살로넨과 SF 심포니와의 인연은 이것으로 일단 끝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LA 필에서 17년간 활약하며 디즈니 홀 건축, 실험적인 음악발표회 및 수많은 음반 등을 발매하면서 활약했던 살로넨의 입장에선 초라한 퇴출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SF 심포니로서는 일단 유감 성명을 냈지만 LA 타임즈 등은 이번 사태를 살로넨과 경영진과의 세력다툼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재정 지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살로넨과 이사진과의 충돌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살로넨은 2017년 SF 심포니의 음악 감독직을 수락 했던 이유 중의 하나로 SF 심포니의 충분한 재정적인 여유를 꼽은 바 있다. 과거 살로넨은 런던에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면서 음악적인 성공은 거두었지만LA필에서 누렸던 것 같은 행정적인 파워를 누리지 못했던 한이 있었다. 즉 실리콘밸리를 끼고 있는 SF 심포니가 과거 LA에서 누렸던 것 같은 행정적인 파워를 다시 안겨 줄 것이란 기대가 그것이었다. 살로넨은 SF 심포니에서“think tank”로 불리우는 젊은 음악도 양성, AI, 로보트, 아방가르드 음악, 필름 예술 등과의 연계 등 비전을 펼쳐 보였으며 SF 심포니가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한 배를 타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코비드 발생과 더불와 심포니와 살로넨의 동상이몽이 시작됐다. 우선 음향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SF 심포니가 무려 2억5천달러에 달하는 심포니 홀 보수 공사 계획을 가결시켰고 이는 처우개선을 우선시하려던 지휘자와 심포니 단원들의 강한 반발로 이어졌다. LA 타임즈 등은 이번 사태를 전적으로 SF 심포니의 독단적인 행정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이곳 지역신문들은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태도다.
SF 심포니는 마이클 틸슨 토마스와 25년간 동거하면서 틸슨 음악에 길들여져 있는 악단이다. 그래미 상을 수차례 받으면서 음악적인 인지도는 높였지만 말러 등 한정된 레퍼토리 때문에 관객들이 급감했다. 살로넨의 영입으로 도약을 노렸지만 코비드에 발목이 잡혔고 틸슨 음악에 길들여진 프론트와도 궁합이 맞지 않았다. 지역신문은 시카고 심포니의 클라우스 메켈레 영입 등을 예로 들며 SF 심포니도 이번 기회에 신속한 물갈이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 지휘계는 현재 젊은 지휘자로 물갈이 중이다. 우선 뉴욕 필이 올초 구스타프 두다멜(33세)을 차기(2026년) 상임지휘자로 임명했고 이어 지난 2일에는 시카고 심포니가 28세의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를 상임지휘자로 임명했다. 1996년생 메켈레는 24세 때인 2020년에 오슬로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에 올랐으며 2021년에는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아 세계 지휘계을 놀라케했다. 시카고 심포니까지 거머쥔 메켈레는 2027년부터 유럽 최 정상급으로 불리우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상임 지휘자로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사이먼 래틀이 런던 심포니에서 바바리안 라디오로 옮겨가며 소폭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젊은 지휘자들의 세대 교체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김은선 지휘자의 경우처럼 뉴욕 필의 차기 지휘자로 점쳐진 바 있는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 수산나 멜키 등 여성지휘자들도 SF 심포니의 영입 순위에서 배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