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평균 87만불
▶전년 대비 9% 상승
▶ 전액 현금구입자 급증
▶융자 땐 밀리기 일쑤
맞벌이를 하는 한인 홍모(38)씨 부부는 LA 동부 하시엔다 하이츠의 단독주택이 90만달러에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됐다. 셀러측 에이전트로부터 주택 소유주가 별세해 유족들이 유산 정리 과정에서 시세 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에 집을 팔고 싶어한다는 것을 확인한 홍씨 부부는 모기지 융자회사와 협의해 서둘러 사전 승인(pre-approved)을 받았다.
그동안 저축해 돈을 털어 30%의 다운페이 금액을 마련하고 90만 달러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오퍼를 넣을 계획으로 셀러측 에이전트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다른 바이어가 전액 현금을 내고 주택구입을 끝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택가 고공행진 속에 집을 사고 싶어도 캐시 바이어들에 밀려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3월 중 LA 카운티를 비롯한 남가주 지역의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전히 모기지 이자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주택가가 치솟고 있는 것은 현금을 들고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거래 사이트 질로우에 따르면 3월 중 남가주 지역 6개 카운티 평균 주택가격은 86만9,082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 상승했다. 이는 집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 6월보다도 1% 정도 높은 금액이다. 20%를 다운페이하고 6% 대의 이자율로 융자할 경우 월 평균 상환금액은 5,500달러 선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높은 상황에서도 집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까닭은 매물 부족도 원인이지만, 이자율 부담에 상관없이 집을 사기에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바이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동산 거래 사이트 레드핀 조사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 지난 2월 거래된 주택의 23%는 현금 구입이었다. 2021년만해도 주택 거래시 현금 구입 비율은 16%였다.
LA 한인타운의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수록 이자율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 에이전트는 “요즘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바이어의 3분의 1 가량은 전액 현금을 내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부동산 투자자”라고 말했다.
나머지 3분의 2도 전문 투자자는 아니지만 전문직 종사자, 증권투자로 돈을 불린 사람, 가족으로부터 주택구입 자금을 융통한 사람 등 최소한 집값의 30% 다운페이가 가능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첫 주택구입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바이어들은 주택구입 경쟁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는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에서 중간 주택가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 주민의 11%에 불과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올 가을 킨더카튼에 입학하는 자녀의 교육환경을 위해 1년 넘게 다이아몬드바 지역의 타운하우스를 알아보고 있다는 김모씨는 “어떨 땐 현금 구입자에 치이고, 리스팅 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바이어에게 밀려 첫 주택 장만의 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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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