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살기’로 금산에 간다. 푸른 바닷물에 홀로 선 돌,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을 기억하며 난 ‘금산 조팝꽃 피는 마을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을 했다. 내가 다다른 곳은 충청남도 겹겹의 산이 풍경화처럼 펼쳐진 곳이다. 4월 첫 주, 마을 다가가는 길 양쪽에 벚꽃이 활짝 펴 행렬하듯 반긴다. 옛 학교를 개조한 건물 강당에 이십 여명이 모여 앉았다. 참가자들의 간단한 소개 후, 그곳 대표가 일정과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해 말문을 열었다.
“전국의 농어촌 지역이 인구감소로 학교들도 폐쇄되고 인구 도입을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일주일간 묶는 이 숙소도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것이죠. 귀농인을 늘리고자 한 달에서 일 년 살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힘써와 현재 이 마을 37가구 중 열세 가구가 귀농한 분들입니다. 그래도 귀농인구만으로는 지역 유지가 어려워 이런 관광보조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1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차례 진행하는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의 일정과 활동 소개를 하며 보여준 지역의 사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담고 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여성이 ‘인삼방’이라 이름 붙은 한 방에 묵게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곳 금산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지라 금산의 이야기들을 나눠주었다.
첫날 아침, 신안사 너머 한 정자까지 걸으며 산벚꽃 구경을 가는 일정이다. 마을 공동으로 운영되는 숙소에서 손수 키운 작물로 만든 두릅나물, 씀바귀나물, 파김치에 계란찜, 비지김치볶음에 미역국까지 푸짐한 아침 식사로 속을 든든히 하고 산행에 올랐다. 숙소에서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길엔 금산의 명물인 인삼을 재배하는 들판, 중첩의 산과 금강의 물 풍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해설사가 나옹선사의 선시를 읊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신안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개나리, 산벚꽃, 감태나무 등등 해설사의 나무 이야기를 들으며 ‘보이네요 정자’에 오른다. 비탈진 언덕을 삼십여 분 올라, 산등성을 바라보며 선선한 바람을 맞고 서서 금산의 국악인 양가람의 ‘사랑가’를 듣는다.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정자 바로 옆에는 벚나무와 참나무가 연리를 이룬 연리지가 서있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 앞 학교 운동장에도 보호수로 지정된 사백 년도 더 된 커다란 느티나무 연리지가 서있었다. 숙소 푯말엔 “조팝꽃 피는 마을은 닭이 알을 품는 형국인 포란형의 산세를 지니고 있으며 아이를 못 갖는 부부가 마을에서 살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는 마을”이라 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한정식 집도 부부가 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한꺼번에 몰려든 단체 손님을 두 분이 진땀을 흘리며 준비하는 것을 보고 우리 일행은 손수 반찬과 음식을 날랐다. 제육볶음, 생선튀김, 순대볶음, 꼬막무침, 오이무침, 샐러드 등등 한 상 차린 음식을 먹고 오후에 들른 곳은 가온 농원. 앞에는 바위산, 뒤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자리잡은, 부부가 운영하는 사과농장이다. 농원 이름 아래 ‘사진 찍는 사과’라 적혀 있는데, 농원주가 사십 년을 넘게 사진을 찍어 사진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첫날 관광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숙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마을 분들이 느타리버섯 종균을 심고 있어 나와 방 친구는 신기해 달려갔다. 생전 처음 보는 버섯 종균과 칡즙 짜고 남은 찌꺼기로 버섯을 키우는 과정을 배웠다. 운영장을 맡고 계신 분은 금산의 13대손이고 다른 분은 11년 전 서울에서 금산으로 귀농한 분으로 아내들은 재배와 주방, 돈 관리 등을 맡는다 했다. 첫날, 금산에서의 삶은 짝과 함께 자연 속에서 연리지처럼 살아가는 이들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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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