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속기 마하1 로드맵
▶데이터 병목현상 8분의 1 줄이고 HBM 없이 저전력메모리로 구현
▶ 반도체 가격 좌우 ‘게임 체인저’
▶차세대 먹거리 CXL·PIM 성과
▶인텔 위협 “제품군 다양” 자신감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메모리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 중인 사실도 공개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대규모언어모델(LLM)용 인공지능(AI) 가속기인 ‘마하1’이었다. 발표대로 내년에 출시되면 삼성전자는 마하1으로 AI 반도체 업계에서 군림하는 엔비디아의 아성에도 도전할 체급을 갖춘다. 경 사장의 설명을 보면 마하1은 기존 AI 연산에 활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기반의 하드웨어와는 차별화한 두 가지 혁신적인 포인트가 있다.
먼저 AI 가속기의 고질적 문제였던 데이터 병목현상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AI 가속기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능이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두 개의 칩을 연결하는 정보 출입구(I·O) 쪽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 사장은 “마하1은 (새로운 구조로) 메모리와 GPU 사이에서 발생하는 보틀넥(병목) 현상을 8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AI 가속기의 필수 메모리인 HBM을 대체할 수 있다. 경 사장은 “마하1에 HBM을 쓰지 않고 범용 메모리인 저전력(LP) 메모리를 활용해 AI 가속기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BM은 AI용 메모리로서 성능이 탁월하지만 범용 메모리보다 발열과 전력 효율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
만약 삼성전자가 HBM 없이도 마하1을 상용화한다면 반도체의 가격에도 지각변동을 줄 수 있어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12단을 쌓은 HBM을 기반으로 HBM3와 HBM3E 시장의 주도권을 찾는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경 사장은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와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반도체의 본격 회복과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를 되찾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한편 올해 처음으로 사업 전략 발표 이후 ‘주주와의 대화’를 마련해 주요 경영진이 직접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적자가 이어지는 이유와 위기관리 대책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퇴임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는 주주도 있었다.
경 사장은 이에 “(적자 지속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업황의 다운턴(하강 국면)도 있었고 저희가 준비를 못해서 사업을 잘 못한 것이 있었다”며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더라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HBM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경 사장은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잘 준비하고 있다”며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와 지능형 반도체(PIM)는 다양한 고객과 협의하면서 실제 적용 등을 진행하고 있고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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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강해령·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