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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여러 명과 경쟁하는 복수 오퍼, 경쟁심부터 자제를

2024-04-04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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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퍼는 간결하게 작성해 제일 먼저 제출

▶ 컨틴전시 제외하려면 철저한 조사 필수

바이어 여러 명과 경쟁하는 복수 오퍼, 경쟁심부터 자제를

봄철 성수기를 앞두고 주택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러 명의 바이어와 경쟁하는 복수 오퍼 상황에서는 경쟁심을 자제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로이터]

바이어 여러 명과 경쟁하는 복수 오퍼, 경쟁심부터 자제를

셀러와 다른 바이어의 상황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오퍼를 작성한 뒤 가장 먼저 제출하면 다른 바이어와의 구입 경쟁에서 승산을 높일 수 있다. [로이터]


주택 매물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지역이 많다. 이자율이 높아 집을 내놓기를 꺼리는 이른바 ‘이자율 고정 효과’(Rate Lock-In Effect)가 매물 부족 현상의 주원인이다. 이처럼 매물이 부족한 시기에는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구매 오퍼를 제출하는 경쟁 현상이 흔히 일어난다. 특히 시세보다 가격이 낮은 매물, 조건이 우수한 매물은 과열 경쟁이 일기 쉽다.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리는 이른바 복수 오퍼 현상은 바이어는 물론 셀러도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복수 오퍼 대처 요령을 알아본다.

◇ 셀러 및 다른 바이어 파악

‘지피지기 백전불태’다. 복수 오퍼가 예상될 때 알아야 할 ‘적’(?)은 셀러와 경쟁 바이어다. 우선 리스팅 에이전트를 통해 셀러의 상황을 최대한 파악해야 한다. 셀러가 집을 파는 목적을 파악하면 이에 맞는 적절한 오퍼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집을 팔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니어 셀러가 오래 거주한 집을 팔고 다운사이즈 하기기위해, 직장 이동 관계로 집을 내놓은 경우 등 집을 파는 목적은 다양하다.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다른 바이어의 오퍼 조건도 알고 있어야 한다. 전액 현금 매매 조건을 제시한 바이어가 있는지, 컨틴전시를 제외한 바이어가 있는지,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바이어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면 경쟁력 있는 오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 제일 먼저 오퍼 제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았다면 최대한 서둘러 오퍼를 제출한다. 가급적이면 다른 바이어에 앞서 가장 먼저 오퍼를 제출해야 오퍼 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장 먼저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가 구매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생각하는 셀러가 많다.

다른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셀러 측과 협상을 먼저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 나중에 다른 바이어가 좋은 조건의 오퍼를 제출하더라도 셀러가 처음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에게 다시 한번 협상의 기회가 줄 때가 많다.

가장 먼저 오퍼를 제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서류를 빠트려서는 안 된다. 오퍼 제출 시 융자 사전 승인서와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준비됐음을 증명하는 은행 잔액 증명서 등을 첨부해야 주택 구매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셀러측에게 보여줄 수 있다.

◇ 오퍼는 최대한 간결하게

셀러는 간결한 오퍼를 선호한다. 제시된 가격이 높아도 여러 조건이 딸린 오퍼를 부담스러워하는 셀러가 많다. 이른바 ‘컨틴전시’(Contingency)로 불리는 조건은 바이어를 보호하는 조항이다. 일정 기간 내에 특정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바이어는 이미 체결한 구매 계약을 별다른 손해 없이 취소할 수 있다. 감정가, 대출, 홈인스펙션 등 3가지 컨틴전시가 대표적으로 오퍼에서 이 중 하나라도 제외할 수 있다면 오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바이어 보호 조항을 포기하는 것인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감정가 컨틴전시를 제외하려면 체결된 매매 가격과 시세에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매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인 홈인스펙션 컨틴전시의 경우 집을 보러 갈 때 전문가를 대동해 의견을 들어본 뒤 제외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때로는 높은 가격이 제시된 오퍼보다 컨틴전시 조항이 제외된 오퍼를 선호하는 셀러도 있다.

◇ 감정가 차액 보전

만약 계약 체결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을 경우 바이어는 대출 은행으로부터 주택 구입에 필요한 금액을 전액 대출받지 못하게 돼 거래가 취소되기 쉽다. 대출을 낀 오퍼는 감정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데 계약 가격과의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계약 가격과 감정가 차이를 보전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셀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예를 들어 85만 달러에 구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감정가가 82만 달러밖에 나오지 않은 경우 차액에 해당하는 3만 달러를 바이어가 추가로 지불해 중도 취소 없이 거래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는 조건이다. 감정가 보전 조건을 제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해당 매물의 적정 시세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정 시세보다 셀러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 바이어의 위험 부담은 그만큼 높아진다.

◇ 불필요한 경쟁심 자제

여러 명의 바이어가 한 매물을 두고 경쟁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경쟁심이다. 불필요한 경쟁심 때문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산 뒤 크게 후회하는 바이어가 많다. 불필요한 경쟁심을 피하려면 정확한 시세 파악과 감정 조절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셀러가 원하는 가격이 시세에 적절한지, 시세보다 높게 나왔다면 셀러가 가격을 내릴 의도가 있는지, 리스팅 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조금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되는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데 이때 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다른 바이어가 제시한 가격이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면 아무리 아쉬워도 경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현명하다.

◇ 에스컬레이션 조항

다른 바이어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에스컬레이션 조항’(Escalation Clause)이 주효할 때가 있다.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예를 들어 바이어 A가 80만 달러에 오퍼를 제시하면서 만약 더 높은 가격의 오퍼가 제시되면 최고 85만 달러까지 가격을 조정하겠는 조건을 제시한 조항이다.

만약 경쟁 바이어 B가 84만 달러에 오퍼를 제시하더라도 A가 오퍼 가격을 85만 달러까지 올릴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B의 오퍼보다 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때 셀러는 A가 처음 제시한 오퍼 가격보다 B의 오퍼 가격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야 에스컬레이션 조항의 효력이 발생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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