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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삶을 자연히

2024-04-01 (월) 박치우/남성복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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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생명은 오래 살수록 좋고 물건도 오래된 것을 고른다. 그래서 언제나 관심을 받아 명성을 떨쳐보려는 사람들의 장수비결이 늘 각종 매체에 올라오지만 최근 모 명문대 교수의 “오래 사는 사람들이 대부문 높은 지성인들”이라는 조사결과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학식이 그리 많지 않아도 장수하는 사람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데.

요즘 관심 한번 받아보려는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판치고 있다. 또 누가 오랫동안 장수하는 이들을 찾아가 어떤 생활의 비결이라도 있는지 물어보니 거의 모두 자연생활을 들었다고 한다. 세상에 자연생활을 하지 않는 생물들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사람들 식재료가 모두 자연에서 나오지 않나. 자연 식재료인 소금과 설탕을 매일 먹어야 하지만 몸에 해롭지 않게 조절을 잘하는 것이 자연생활 아닌지.
정말 오래 장수하는 이들의 식생활에 대해 물으니 대개 콩류를 섭취한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흥미로웠다. 콩을 원료로 담근 된장 고추장이 물리지도 않고 우리의 주식이 되어 매일 먹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사람들이 모두 장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수한 이들의 주식이 콩류였다는 것은 믿을 만한 일이다.
우리 조상들의 먹거리중 청국장을 들어보자, 청국장이 병자호란 때 쳐들어온 청나라 병사들의 군중 식량이었던 데서 유래되어 ‘청국장(淸國醬)’이라고 하거나, 청나라의 누룩(麴)과 같다고 하여 ‘청국장’이라고도 하며, 전쟁터에서 만들어 먹었다 하여 ‘전국장’이라고 불렸다는 주장이 있다.

이들 근거는 찾을 수 없고 전국장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인데 아무튼 우리 조상들에게 청국장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것이다.
콩과 연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몽고 징기스칸이 한때 유라시아 대륙을 몽고 제국으로 만들고 싶은 야심으로 일생 동안 수십 번의 대 전투와 수백 번의 작은 전투를 벌였으며 66년간 한번도 말 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군인들 식량으로 말 궁둥이에 삶은 콩을 싣고 다녔다는 말이 있다.

말 궁둥이 온도가 섭씨 39~40도라 콩이 자연 발효되며 맛도 들게 되고 영양도 있는 군대 음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것. 청국장과 비슷한 콩을 원료로 한 일본식품 낫토도 있다.

장수는 식생활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다. 정신생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식생활을 갖더라도 팽팽히 조여진 마음 가짐이나 평형을 이루지 못한 마음에 생리적 반응 불면증, 식욕부진, 피로감, 심리적 불안 우울증 등은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바른 길로 들어설 때 기분이 좋아질 때처럼 삶을 자연히 하는 천진하고 순수했던 마음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시(詩)가 있다.

늘, 혹은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내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하루에 이 시를 몇번씩 읽고 또 읽으니 삶을 자연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박치우/남성복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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