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태문의 팝송산책 이정훈 기자와의 커피 타임 (2) ‘오페라 이야기’

2024-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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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기자와의 커피 타임 (2) ‘오페라 이야기’

이정훈 기자와 대화를 해보면 오페라를 엄청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와 만날 땐 여러가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로 스포츠 관련과 음악 이야기가 그 주종이다. 그 중에서도 오페라와 관련하여 대화를 할 땐 그의 목소리가 유독 활력이 넘치고 그 활력 속에 그의 열정을 쉽게 읽을 수가 있었다. 필자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이정훈 기자 보다 오페라에 진심인 사람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필자도 자연히 영향을 많이 받아 그의 취향에 동참 하고자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고 공연을 즐기기 시작했다. 오페라가 가진 매력에 취해 보려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오페라 화제를 가지고 그와 대담을 가지는 시간을 가져 본다.

- 이민 초기에 경제력 , 이민 생활 적응 등의 문제로 오페라에 관심을 갖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
▶오페라 또한 클래식의 한 장르이기에 클래식을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오페라에 대한 지식과 아리아 등에 친숙해졌다. 이민 초기에 경제력 등의 문제로 오페라에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미국 가면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심포니 홀이나 오페라 하우스에 마음 껏 드나드는 것이었다. 돈이 없어서 오페라를 관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오페라를 구경 못하는 것이다. 심포니 홀은 무대 뒷 쪽 테라스가 5 달러였고 오페라 하우스도 스탠딩 티켓 ( 서서 관람하는 티켓) 가격이 5 달러였다. 오페라의 경우 1 막을 보고 난 뒤 2 막 부터는 빈 자리에 앉아 볼 수 있었다. 당시 ‘플라치도 도밍고’ 가 출연한 ‘삼손과 데릴라’ 공연을 그렇게 해서 본 기억이 있다.

- 그 동안 오페라 관람을 몇 편이나 했는지?
▶대략 150 편 정도 인 것 같다. 사실 이민 초기에는 많이 이용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 보다는 그 당시만해도 오페라 무대에 자막이 없었기 때문에 즉 오페라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면 도대체 무엇을 노래하는지 알 수 없어서 자연히 흥미가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면서 프레스 티켓( 기자용 관람권)을 이용 함에 따라 자연히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또한
오페라 무대에 자막이 생기면서 이해력이 빨라졌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배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푸치니의 ‘투란토트’나 베르디의 ‘리골레토’ 등은 무려 5 회 이상 본 것 같다.


- 그중 가장 좋았던 5 편을 선정한다면?
▶당연히 1988 년도에 했던 바그너의 ‘니벨롱겐의 반지’ 시리즈를 톱으로 꼽고 싶다. 나흘간 총 20 여 시간 공연하는 작품인데 일생에 한번 구경할까 말까하는 위대한 공연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베르디 공연이 취약점이 있었는데 얼마전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이 부임한 이후로 많이 개선되었다. 그가 지휘한 ‘라트라비아타’(춘희) 는 손꼽을 만한 공연이었다. 이외에도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토트’ 등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를 통해 본 인상적인 작품들이었다.

- 오페라와 관련하여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
▶이민 초기의 일이다. 한번은 스탠딩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웬 노신사가 다가와 (친구가 오지 않아서) 남는 티켓이 있다며 주었다. 일등석에 앉아 오페라를 구경하며 속으로 횡재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오산이었다. 노신사 왈, 자신은 게이이며 누디스트이기 때문에 집에가서 함께 빨개벗고 즐기자는 것이었다. 기겁을 한 나는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지만 몇달간 그의 집요한 전화때문에 곤욕을 치룬적이 있다. 공짜티켓 함부로 좋아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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