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의 전화, 25년간 7만여건 상담

2024-03-21 (목)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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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충동 한인 등에 도움

▶ 365일 연중무휴 상담
▶“자원봉사자·후원 모집”

이역만리 타국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애쓰다 지쳐 낭떠러지에 선 한인들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는 단체가 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박다윗 목사의 생명의 전화가 그것이다.

생명의 전화는 1998년 어느 날 실의에 빠져 자살 시도를 목전에 둔 한 한인의 전화 한통을 박목사가 우연히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박 목사는 “심야에 걸려온 그 전화를 받고 ‘온 천하보다 귀한 것은 한 생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박 목사는 365일 연중무휴로 야심한 새벽시간 전화기를 지키며 삶의 방향을 잃은 한인들의 등대 역할을 자처했다.

박 목사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겪게 되는 문화 차이와 언어장벽 등의 이유로 많은 한인들이 절망 속에 위기를 겪고 있다”며 “생명의 전화가 모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경청하며 공감해 줄 뿐이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생명의 전화로 걸려온 상담전화는 7만 1,000여 건으로 박목사는 한인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상담 주제를 기록하고 통계로 만들었다. 박목사가 제공한 기록에 따르면 한인들은 고독과 외로움(7,612건)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이외에도 부부갈등(가정폭력) 3,463건, 배우자의 외도(본인의 외도) 2,580건, 신앙문제(이단문제) 1,996건 등의 상담전화가 뒤를 이었다. 신변을 비관해 자살충동에 시달리다 전화를 하는 경우도 1722건에 달했다.

박 목사는 “남가주 한인들의 자살소식이 계속되며 그 어느 때보다 심란한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며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걸면 익명을 보장받은 채 깊은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목사는 “더 많은 전화를 받고 싶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도 많이 느낀다”며 “한인 동포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뜻있는 사역을 함께할 독지가들의 깊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생명의 전화는 전문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상담원들이 1년 365일 연중무휴로 매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전화상담 봉사를 하고 있다. 상담 및 후원 문의 (213)480-0691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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