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년부터 집값 둔화…주택시장 지금 조정기 지나는 듯

2024-03-21 (목) 준 최 객원 기자
작게 크게

▶ 주택값 10% 미만 떨어지면 조정기

▶ 30% 이상 폭락하면 침체기로 간주

작년부터 집값 둔화…주택시장 지금 조정기 지나는 듯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이 주택 시장이 조정기를 거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작년부터 집값 둔화…주택시장 지금 조정기 지나는 듯

집값이 연간 10% 미만 떨어지면 조정기, 30% 이상 폭락하면 침체기로 간주한다. [로이터]


주택 가격이 지난 10년 넘게 쉼 없이 올랐지만 그동안 주택 시장에 침체 현상은 단 한 차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침체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주택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침체와 조정은 엄연히 다른 의미로 사용되지만 두 현상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일반인은 많지 않다. 침체는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해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에 반해 조정은 주택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주택 거래가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주택 시장 조정기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본다.

◇ 조정기, 집값 연간 10% 미만 하락

주택 시장 조정기는 주택 가격이 소폭 하락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정기를 결정짓는 집값 하락 폭은 없지만 대개 연간 대비 10% 미만의 하락이 나타나면 주택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주택 가격이 장기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주택 시장 조정기 현상이 발생한다.


주택 가격 급등으로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집이 안 팔리면 시장이 스스로 가격을 낮춰 거래를 유도하는 현상이 주택 시장 조정기다. 온라인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닷컴의 니콜 바셔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끝에 빠르게 둔화하는 현상이 주택 가격 조정”이라고 정의했다.

◇ 한두 달~길게는 1년 이상

주택 시장 조정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부동산 전문가도 주택 가격 하락 기간과 회복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주택 시장 조정기는 짧게는 한두 달 지속되기도 하고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에 있었던 조정 현상이 좋은 예다.

당시에 집값이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였는데 모기지 이자율마저 소폭 상승하자 해안가 고급 주택가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판단한 바이어들이 구매 오퍼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의 반응에 따라 이자율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고 주택 가격 상승 폭도 크게 둔화했다.

떨어진 집값이 다시 회복되지 않으면 집값 추가 하락 지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되지 않거나 인구의 급격한 유출로 주택 수요가 단기간 회복되지 않는 등의 이유가 있다. 떨어진 집값이 장기간 회복되지 않으면 주택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고 침체기는 조정기에 비해 장기간 지속된다.

◇ 작년 집값 둔화 뚜렷, 지금이 조정기일 수도

집값이 내려가기만을 학수고대하는 바이어가 많다. 이들이 기다리는 주택 시장 조정기 가능성은 현재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주택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했거나 조만간 조정이 나타날 것이란 지표가 몇몇 있다. 가장 뚜렷한 주택 가격의 흐름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택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집계에 의하면 팬데믹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 전국주택중간가격은 29만 807달러로 전년 대비 약 6.6%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거래 제재가 풀리고 수요가 폭등하면서 1년 뒤인 2021년 1월 주택 가격은 33만 876달러로 전년 대비 13.8%나 올랐다. 두 자릿수 비율 집값 상승세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2022년 1월 주택 가격은 37만 7,933달러로 전년 대비 14.2%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후 치솟는 집값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모기지 이자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2023년 1월 주택 가격 상승 폭은 전년 대비 1.2%로 크게 둔화됐고 올해 1월 주택가격은 40만 2,242달러로 작년보다 약 5.1% 오르는 데 그쳤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해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가 주택 시장 조정기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가파르게 오르던 집값이 상승을 멈추고 횡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 올해 매물 소폭 상승

주택 시장 조정기를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가 매물 재고량이다. 매물 재고량은 대개 매물 시장 대기 기간으로 판단하는데 이 기간이 6개월일 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로 본다.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은 시장에 나온 매물이 현재 거래 속도로 모두 팔리는 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이다. 매물 재고가 늘면 가격 상승 요인이 줄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지 이미 오래다.

최근 5년간 매물 재고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월이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당시 매물 대기 기간은 4개월을 조금 넘었는데 이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매물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3년 1월 대기 기간인 3개월 미만으로 단축됐다.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으로 이자율이 오르고 거래가 주는데도 주택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1월 매물 재고량이 소폭 상승해 대기 기간이 2023년 2월 이후 가장 긴 3개월을 회복했다.

◇ 집값 30% 이상 떨어지면 침체기

주택 가격이 연간 대비로 30% 넘게 떨어지면 주택 시장 침체로 간주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발생한 2008년 당시 전국 여러 지역의 주택 가격이 30% 넘게 폭락했고 결국 주택 시장 대침체로 이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2008년과 같은 주택 가격 폭락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주택 소유주들의 재정 상태가 당시와 비교해 매우 양호하고 주택 ‘순자산’(Equity) 비율도 높아 집값이 많이 떨어져도 압류나 숏세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