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금·대출지원·세액공제로 ‘134조원 규모’ 인텔 對美 투자 유도
▶ 삼성·TSMC 보조금도 조만간 발표…2030년까지 반도체 20% 생산 목표
▶ 보조금에 중국내 사업제한·공동연구 조건…中 견제·글로벌 리더십 강화
인텔 간판[로이터=사진제공]
바이든 정부가 20일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역대 최대 보조금을 자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 지급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의 리더십 재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통제 조치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堀起)를 차단하는 동시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증대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기업인 인텔에 이어 마이크론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에도 통 큰 보조금 지급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미국 내 투자 및 생산 확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 인텔에 최대 보조금 및 대출 지원…25% 세액공제에 35억 달러 추가 보조금 가능성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텔에 대한 최대 85억달러(약 11조4천억원) 규모의 보조금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지원된 보조금 가운데 최대 규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입법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원은 상무부와 개별 기업간 협의로 결정되는데 모두 620건 이상의 투자 의향서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지원 발표가 이뤄진 곳은 인텔을 포함해 모두 4곳이다.
인텔이 이번에 받은 보조금 규모는 ▲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의 뉴햄프셔주 공장 3천500만 달러 ▲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1억6천200만 달러 ▲ 미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 15억달러 등 앞서 발표한 지원 규모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인텔은 보조금에 더해 110억달러(약 14조8천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도 받는다.
인텔이 받는 보조금·대출 지원은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것이다.
인텔은 향후 5년간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하이오, 오리건 등에서 1천억달러(약 134조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상무부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를 통해 1만개의 제조업 일자리 및 2만개의 건설업 일자리 등 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다.
나아가 인텔은 미국 내 투자에 대해 최대 25%의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인텔은 또 이번 보조금 외에 군사 및 정보용 반도체 제조를 위한 보조금 35억 달러도 추가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군(軍)의 프로그램은 별도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의회는 초당파적으로 미국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되도록 노력해왔으며 이번 발표는 수년간 노력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 삼성·TSMC 보조금도 조만간 발표 전망…美, 반도체 패권 강화 가속화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대한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삼성전자 및 TSMC 등에 대한 보조금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에 1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60억달러(약 7조9천6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상당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5일 보도했다.
미국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TSMC의 미국 정부 보조금은 50억달러(약 6조7천억원)로 예상된다. 또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도 수십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란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에도 통 크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정치·안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다.
경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미국 제조) 및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미국 투자)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제조업 부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심주의의 이런 정책에 따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반도체 제조와 관련해 기업들은 모두 2천400억 달러(약 321조7천억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맞물린 정부 지원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인텔에 대한 보조금을 발표하면서 방문한 애리조나주는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주 중 한 곳이다.
바이든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인텔의 대(對)애리조나 투자는 애리조나 주 역사상 민간 기업의 투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나아가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은 안보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패권 강화를 더 가속하는 수단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한다. 또 수익 전망치를 초과한 이익 공유,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 참여 등의 조건도 붙어 있어 한국 내에서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 지원 등을 통해 산업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핵심적인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10% 미만이나 이를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목표다.
상무부는 인텔 지원과 관련, "최첨단 로직 반도체는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에 필수적"이라면서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립하기 위해 지급될 이번 지원은 이런 칩이 더 많이 개발되고 미국 내에서 생산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 법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2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이같은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언론에 "현재 상황은 3년에서 5년 프로그램으로 고칠 수 없다"면서 "이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소 제2의 반도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반도체 법과 별개로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도 대중국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직접 투자도 제한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