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장벽 낮아 급증세
▶음료·스낵 제품 다양화
▶ 수천달러로 창업 가능
▶300만대·182억달러 산업
음료와 스낵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새로운 부업 투자처로 인기를 모으며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플로리다주 올랜드에 거주하면서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롭 스미스는 요즘 자판기 부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자판기는 현재 3대로 한달에 1,500달러 매상에 약 750달러의 순익을 얻고 있다. 3대 자판기를 관리하는 데 1주일에 5시간 정도 시간을 들이는 것에 비해 벌이가 괜찮은 편이다. 내친 김에 좋은 길목에 위치한 자판기를 최근 구입했다.
스미스는 “내가 잠들어 있는 새벽 4시에도 자판기는 매출을 올려 준다”면서 “내가 있든 없든 자판기는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부업에 뛰어든 것은 트럭 운전기사 급여만으로 자기 집을 구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스미스는 “앞으로 자판기를 30대까지 늘려 운영해 궁극적으로 트럭 운전을 그만두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잠잘 때도 돈을 번다는 자판기 부업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으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월급만으로 높은 집값과 렌트비, 치솟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부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과 시간으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자판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탓이다. 일부의 경우 아예 본업인 직장을 그만두고 자판기 운영 사업에 올인하며 자영업에 나서기도 한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자판기 부업 열풍을 놓고 월스트릿저널(WSJ은 “자판기가 2020년대 투자 트렌드에 맞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자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을 쫓아 손쉽게 돈을 벌고 싶은 미국인들의 꿈을 실현하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패시브 인컴은 일을 안 해도 매달 월급처럼 들어오는 소득을 말한다.
자판기 부업이 극소수 일부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국자동판매기협회(NAMA)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자판기는 300만대로 자판기 1대당 월 평균 525달러 매출을 올리는 182억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판기 소유주의 절반 이상이 연 100만달러 미만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대부분이 부업으로 자판기 운영을 하고 있다.
자판기가 부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창업 비용이 적게 들고 절차도 간단해 진입 장벽이 낮은 장점 때문이다. 1,500달러 정도의 중고 자판기를 구입해서 코스트코나 샘스클럽에서 음료나 스낵류를 구입해 자판기에 채워 놓으면 그만이다. 다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소위 ‘길목 좋은 곳’을 찾아 자판기를 설치하는 위치 선정에 따라 매상의 높고 낮음이 결정된다.
자판기 부업의 인기는 사회관계망(SNS)에서도 확인된다. SNS 관리 플랫폼인 스프링클러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 패시브 인컴과 자판기에 대한 언급이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3배 이상, 인스타그램에서는 6배 이상, 구글 서치에선 75%나 증가했다.
고물가 여파에 자판기 관련 비용도 증가 추세다. 중고 자판기의 가격은 1,000~2,000달러이지만 터치스크린 방식 등이 탑재된 신제품일 경우 7,000달러도 호가한다. 자판기 1대 채울 분량의 음료와 스낵 구입 비용은 월 200~300달러. 자판기 판매 가격은 구입 비용의 2배 정도에서 결정된다. 해마다 자판기 판매 가격도 인상돼 지난 1월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10.6%나 올랐다.
자판기 부업이 늘어나자 온라인이나 유튜브에서는 자판기 관련 강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기 강의의 경우 개설되자마자 자리가 매진되며 조기 마감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자판기 부업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일정 비용을 받는 코칭 과정까지 등장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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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