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형님, 참 잘하셨습니다”

2024-03-18 (월)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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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여섯살 연상이시니 형님이라 불러도 괜찮겠지요? 형님이 2024 국정연설을 위해 미합중국 의회 연단에 올라오셨을 때 사실은 제 가슴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혹시 연설 도중 사람 이름이나 지명을 혼동해서 잘못 말씀하시면 어쩌나 싶어서였지요.그동안 형님의 말실수가 몇 번 있었고 공화당에서는 그것을 옳다구나 공격의 호재로 삼았었지요. 언론도 형님의 실수를 빼놓지 않고 보도했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형님이 나라를 이끌어가기에는 너무 연로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들을 갖기 시작했지요.이러한 우려의 불씨에 기름을 들어부은 것은 한국계 연방특별검사 ‘로버트 K 허’씨였습니다. 그는 지난달 형님의 부통령시절 기밀문서 유출 혐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아들이 사망한 연도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가물가물한 선량한 할아버지’로 형님을 묘사했지요. 불기소 의견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형님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허 특검의 말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만일 모든 미국인들이 시청하는 ‘스테이트 오브 유니온 스피치’에서 형님이 또 한 번 말실수를 하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연말 대선을 앞둔 형님에게는 회복불능의 치명타가 되어 사실상 대선 승리는 물 건너 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요.그러나 이러한 저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형님의 국정연설은 강하고 분명했으며 어디에서도 노쇠함과 나약함, 우유부단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형님의 국정운영 계획과 여러가지 실적들을 전임자의 여러 실정들과 비교함으로써 더욱 설득력이 있었지요. 미국의 건국이념을 흔든 전임자의 1.6 의회난입 폭동 사주사건이라든가 노골적인 인종차별정책, 동맹의 가치를 돈으로만 따지는 무지함과 동맹국에 대한 무례함, 실패한 경제정책과 이민정책, 코로나 방역정책 등을 낱낱이 지적하는 형님의 어조는 자유진영의 리더답게 당당하고 믿음직해보였습니다. 또한 자유, 평등, 법치 등 미국의 건국이념과 미국적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확신에 차있었습니다.

특히 러시아 등 독재국가가 우방을 침략하면 끝까지 돕겠다는 다짐은 핵무장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모국 대한민국을 위하여서도 여간 든든한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형님의 연설을 들으면서 하늘은 아직도 미국을 버리지 않으셨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바이든 형님, 참 잘 하셨습니다.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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