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봄봄 붐붐붐

2024-03-11 (월) 김범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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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면 새학기에 어설프고 낯선 교실에서 처음 보는 어색함에 조심스럽게 한마디 한마디씩 말문을 트면서 조금씩 친구가 되었던 그런 기억이 난다. 아침에 쌀쌀했던 교실은 점심때가 되면 약속했듯 봄의 여신이 뿜어내는 입술의 열기가 창가로 몰아닥칠 때쯤 그 포근한 봄의 품에 안겨 먼 나라로 잠간 떠난 꿈을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꾸었던 그 때가 3월이었고, 지금 바로 그 3월의 봄이 되었다. 봄이다, 봄이다, 봄봄봄 붐붐붐 노래하게 하는 3월의 봄이 왔다.

봄은 모든 만물을 회생하게 하는 힘이 있다. 봄은 죽은 자를 살리고, 굳은 땅을 부드럽게 하고, 잠자는 산을 깨우고, 무감각해진 남자의 몸을 달음질하게 한다. 눈과 찬바람 속에서 숨어있다가 봄의 요정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서 이제 밖으로 나와도 된다고 했을 때 이곳저곳에서 빼꼼히 문을 열고 좌우 이리저리 살피다가 아무 것도 방어하지 않고 몸 전체를 용수철 튀기듯이 때로는 팝콘 콩이 터지듯이 온 자연은 불을 지른 듯 생명과 환희와 희망의 노래, 봄의 합창을 부르게 된다. 그 봄의 노래는 봄봄봄이다. 봄은 우리의 기쁨이고, 희망이고, 생명이다. 봄이 없다면 우리는 냉혹하고, 처절하고, 굳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봄을 기다리고 봄에 기대하고 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나 중요한 일을 계획할 때 내년 봄에, 날이 따뜻해지면, 꽃 피는 봄이 오면 그렇게 하자고 말하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이유가 봄이 주는 생기와 따뜻함 때문이다. 그래서 “봄은 파티이고, 봄에 느끼는 약간의 광기는 심지어 왕에게도 유익하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지나간 때에도 봄은 반갑고, 예쁘고, 아름다웠지만 2024년의 봄은 더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늘 어둡고, 두렵고, 쓸쓸하고, 차가운 것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세상이 더 살기가 두려운 것은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먹을 것이 그렇게 없을 때는 이렇게 세상에 걱정스럽지 않았다. 먹는 것이 없어도 함께 사는 사람이 좋았기에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잘난 사람들이 아니어도 서로 못생긴 얼굴을 마주 보며 큰 위로를 얻었다.

지금은 AI, 전기자동차, 달나라 여행, 메타버스와 같이 사람 살기에 편한 세상이 된 것같이 떠들썩한데 먹을 것이 없어서 허기질 때보다 더한 허기를 느끼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봄봄봄 소리는 부르는데 붐붐붐 하며 흥이 넘치는 노래와 춤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작은 둥지에서도 찾을 수 있는 봄의 축제의 노래, 봄봄봄 붐붐붐의 노래말이다.

<김범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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