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태문의 팝송산책

2024-03-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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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콜 클래식’의 이정훈 기자와의 커피 타임 (1)

정태문의 팝송산책

딸과 함께한 이정훈 기자

기자 이정훈. 그가 26 년간이나 ‘앵콜 클래식’을 연재 했다는 사실을 알고 필자는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을 (클래식)하나만의 주제로 칼럼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잘 아는 필자는 존경심이 든다. 아마 이 지구 상에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 같다.
전문 지식과 인내, 노력 그리고 필력이 뒷받침 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대단한 업적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각고의 세월을 중단하지 않고 연재를 이어온 그가 ‘내가 사랑한 클래식’이란 책 제명으로 지난 1 월 20 일 출판 기념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에게 지지와 성황을 이루도록 환호해준 팬들에게 지면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이 어떠냐고 문의하자 기꺼이 수락하여 인터뷰가 이루어졌고 이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 그가 쌓아온 업적들 중 이에 관련된 궁금증을 알아 보려고 자리를 마련했다.

- 26 년 이란 긴 세월 동안 쓴 글이 한 책으로 나온 소감은 ?
▶사실 26 년 전만에도 인터넷 등 SNS 매체가 없었고 독자와의 전달 방식이 취약할 시점이라 저의 연재가 기대 이상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읽을거리라곤 신문 밖에 없었을 때라 모두가 목마른 시점에 제가 쓴 기사가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어 시기적으로 아주 잘 맞았다. 요즈음은 초기 때의 반응에 비하면 다소 시들어졌지만 그래도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한권의 책으로 이어온 것이 대견스럽고 나자신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

- 막상 책으로 출간 됐을 때 현실적으로 느낌 감정은 ?
▶ 무언가 독자들과 발걸음을 함께 하고 하나의 글로서 공감되는 이야기를 쓰려고 애써왔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고나할까. 그러나 별 개로 음악적인 요소를 많이 능한시한 것 같다. 이번에 낸 책은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초보적이고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음악 칼럼 모음집이라 생각한다.


- 앵콜 클래식을 통해 연재해온 기사가 워낙 방대한 분량인데 한권의 책으로 요약하기에 어려운 작업인데 어떻게 정리했는지?
▶눈 먼 소녀를 위해 월광 소나타가 써졌다는 이야기… 파가니니가 걸인을 위해 즉석 연주로 돈을 모아 주었다는 이야기… 가끔 음악책 등에 등장하는 가십 거리는 우리들에게 음악에도 무언가 우리가 모르는 에피소드가 가득할 것 같은 통념을 안겨주지만 사실 음악 이야기 만큼 메마르고 따분한 스토리가 가득한 분야도 없다. 현실적으로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은 이야기 몇 마디로 또 책 한권으로 그렇게 간단히 정의될 분야가 아니다. 음악 칼럼 서적이 드문 이유가 그 때문이고 특히 독자가 재미있게 소화할 수 있는 책은 드물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 음악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체험을 중심으로 감동을 느끼게한다? 참 어려운 팩트였지만 그것이 아마도 <성공했든 실패했든 > 오랫동안 칼럼을 써온 이유이고 목적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에 발행된 책은 유명한 곡 보다는 자신의 체험이 많이 녹아져 있는 이야기, 감동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 칼럼을 연재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사연과 추억들이 있었을 텐데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한다면?
▶칼럼을 쓰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음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일반 독자들도 많았지만 식당을 경영하시는 분, 세탁소 심지어 불교, 기독교계 성직자들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전화를 주시곤 했다. 특히 조각가인 데이빗 최, 어수자 부부와 함께 카페에서 오페라 감상회를 열었던 것이 추억으로 남는다. 신문사일이 바빠 준비를 잘 하지 못해 엉성했지만 덕분에 이민 생활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사실 칼럼을 쓰게 된 목적도 이러한 외로움을 잊고 싶었던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 어떤 독자분이 십수년 이민생활을 접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칼럼 덕분에 이민생활의 고달픔을 잊을 수 있었다는 전화를 주셨을 때 속으로 ‘오히려 제가 쓰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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