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윤여태 동상, 반갑다

2024-03-08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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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정치인의 자랑이던 고 윤여태(마이클 윤) 뉴저지 저지시티 시의원 동상이 세워진다. 윤의원 타계 4주기를 맞아 저지 시티 시 정부 주최로 4월6일 동상 제막식을 갖는다고 한다. 늘 하고 다니던 나비넥타이(120개 정도가 있다)의 정장 차림을 한 윤의원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환하게 웃으며 앉아있는 모습의 동상은 그의 사무실이 있던 저지시티 센트럴 애비뉴와 바워스 스트릿 교차로에 세워진다.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서 한인 정치인의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역대 최초이다.

이 윤여태 의원을 2017년 11월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날씨와 장소에 따라 나비넥타이를 바꿔 매는데 가장 자주 하는 것은 환한 빨간색 나비 넥타이, 여기에 빨간 물병을 든 그가 시 의회에 나타나면 카메라 프래시가 그를 향해 터진다고 했다.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정치 참여가 필수다. 그동안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거짓말처럼 귀인이 나타나 도와주었다. 인덕이 많았고 처복도 많았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늘 웃고 활발한 모습과 배짱과 용기, 솔직한 데다가 긍정 마인드에 한 번 받은 은혜를 잊지않는 것까지, 이것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2017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1979년 미국에 온 그는 브루클린 컬리지에서 경영학 공부를 했고 하루 3~4시간 자면서 야채가게, 생선가게 등에서 일했다. 생업에 지친 그는 자신의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고 1982년 저지시티 센트럴 애비뉴 선상에서 스테이셔너리를 열었다. 이렇게 수십년간 저지 시티 주민들과 어울렸고 소통했다.


그가 선거운동을 하면 참전용사, 노인회원들, 기자와 그래픽 디자이너 등 지역 시민들이 홍보 캠페인에 앞장섰다. 호흡곤란증으로 산소마스크를 쓴 90세 노인도 마이클 윤 티셔츠를 입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선거 캠페인에 동참했다.
윤의원은 지난 2013년 뉴저지 최대도시 인구 30만 명의 저지시티에서 한인 최초로 시의원에 당선되었다.

시의원을 지내며 개발업자들의 특혜로 여겨졌던 부동산세 감면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고 투쟁, 2017년 완전중단 되게 하고 시의 행정을 투명하게 견제해 세금을 크게 절약하는 업적을 쌓았다. 저지시티 리버티 주립공원에 6.25참전 추모비를 만드는데 앞장섰는데 추모비의 한반도 지도 석판에 독도를 새기고 선명하게 동해라고 표기했다. 한반도 지도에 동해와 독도가 새겨진 유일한 참전비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매년 3.1절과 광복절 기념식 한인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한국과 한인사회, 미 정치사회와의 가교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한인 2세들의 정치 도전을 지원해 왔다.

뜨거운 열정과 활동력이 남달랐던 그가 코로나19가 막 뉴욕에 퍼지던 2020년 4월6일 코로나19로 65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숨졌다. 한인들은 ‘차기 저지시티 시장’감이었던 그의 별세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더 늦기 전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선출직 공무원을 꿈꾸는 한인 2세와 3세들에게 좋은 선구자의 상징이 됨이 반갑기 그지없다.

미주지역에서는 도산 안창호 동상이 2001년 CA 리버사이드 시청사 앞 도로변에 세워졌다. 이곳은 1904년부터 수년간 도산이 리버사이드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면서 미주 최초의 한인촌 파차파 캠프를 만든 곳이다.

2008년에는 독립운동가·한국인 최초의 미국 시민권자인 서재필(필립 제이슨) 박사의 동상이 워싱턴 D.C 메사추세츠의 한국 총영사관 앞에 세워졌다. 동아시아 출신 인물로는 처음 워싱턴에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한인들의 동상은 미국 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한인 커뮤니티 정체성 확립 및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된다. 이번에 세워지는 윤여태 동상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 있어 접하기 쉬우니 그를 존경하는 저지 시티 시민과 여전히 소통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 미주한인의 자랑스런 역사가 되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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