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형무 칼럼] 보수 진보 이분법의 허실

2024-03-07 (목)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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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에서 선거일이 가까워오면, 정치인이나 정당들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갈등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위해 경쟁하는 것으로 평론가들이 분석한다.

정치를 진보와 보수와의 투쟁으로 표현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간의 정책 투쟁만으로 정치를 온전히 평가하는 것은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많은 경우 유권자들은 진보, 보수의 틀을 떠나 정치인이 자신들의 말을 얼마나 들어주려 하는가에 표를 던진다.

미국정치에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 중 어떤 이들은 트럼프나 공화당의 정책으로 전혀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못하는 층인데도 그를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트럼프가 자신을 대중을 위하는 정치가로 포장,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가 재임시 일반 대중과 보통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시행한 것은 별로 없다.


그는 서민과 빈곤층에 주는 건강보험을 없애려 했고, 크게 부유한 사람들과 기업에는 큰 폭의 세제 혜택을 주었다. 사회적 안전망에 관한 공화당과 트럼프의 정책은 사회 서비스를 크게 줄이거나 없애자는 것이 근간을 이룬다.

그러면, 트럼프 지지층 중 예를들어 대학 학위를 갖지 않고 미국사회에서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는 층이 아닌 사람들 중 일부가 왜 열렬하게 그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반면, 바이든은 실제로 중산층을 위해 평생 일해온 정치인이고, 재임 중 역대정부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이루지 못했던 인프라스트럭처법을 제정토록 하는데 성공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주요법안이 제정됐으며, 경제적으로 큰 우려를 야기했던 인플레를 잡는데도 물론 연방은행의 힘이 컸지만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에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느냐 하는 이미지 싸움에서 진전을 이루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인종적으로 분열을 조장하여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한다는 주장은 아마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또한 많은 그의 지지자들이 주류언론에 전혀 접하지 않고, 인터넷 소셜네트 워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그릇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도 아마 사실일 것이다.

인간은 꼭 자기 이익을 위해 철저히 계산하고 연구해서 투표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입에 발린 말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말을 듣기를 원한다. 정치인이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말을 들어준다는 느낌을 주고 자신들이 듣기 원하는 말을 해줄 때, 그에게 표를던진다. 그러나 말만으로 나라 정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정책 시행을 통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의 인간됨이 중요한 것이다.

보수나 진보의 정책은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시대적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한시대의 진보가 20년, 30년 후에는(모든 것이 시시각각 바뀌는 21세기 세상에서는 어쩌면 5년, 10년 후에는) 보수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젊은층이 오히려 보수로 선회하는 일도 역사적으로 종종 일어난다. 또한, 보수정부에서 오히려 진보정책 시행(역으로, 진보정부에서 오히려 보수정책시행) 에 성공한 역사적 예들이 있다.

이는 반대자들의 의심을 벗어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때문이다. 만약 진보정부에서 진보정책을 실시하려 한다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큰 의심과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보수정부가 진보정책을 실시하려 한다면, 반대자들의 저항 강도가 약화될 수있다.

다음달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서도 보수 진보의 틀이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가하는 한 예를 볼 수 있을 것같다.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인 서울시민들은 지난 2020년선거에서 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서 83.7퍼센트의 야당의원들을 선출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여당이 야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도의 표심을 얻기원 하는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의 인기 상승에 힘입어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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