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티아고 순례여행 부푼 기대…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2024-03-05 (화) 황의경 기자
작게 크게

▶ 터뷰 - 85세 최고령 참가자 윤성희 씨

▶ NC 보건대학원에서 한국인 최초 보건학 박사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표어도
▶“70년 불어온 전문가… 하모니카는 나의 인생”

“산티아고 순례여행 부푼 기대…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본보 특별기획‘산티아고 순례여행’ 최고령 참가자 윤성희는 전문가 빰치는 하모니카 연주가이기도 하다. [본인 제공]

“나는 아직 꿈이 참 많아요. 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요. 이번 여행에서 만나게 될 낯선 사람들에 대한 기대로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한국일보 미주본사가 창간 55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한 ‘인생 최고의 순례여행’ 프로젝트 ‘산티아고 순례 길을 가다’에 참가 신청을 한 최고령 참가자 윤성희(85세·팔로알토 거주)씨의 말이다. 윤씨는 “나이에 파묻히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하며 이번 순례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엔 소속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과거 직업 특성상 젊은 시절부터 전 세계 30개국을 다녔다는 윤씨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윤씨는 우연히 본보에서 산티아고 순례여행에 관한 안내기사를 읽고 “아뿔싸”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내가 왜 순례여행 갈 생각을 못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 해보니 이미 많은 친구들이 순례여행을 다녀온 후였다. 윤씨는 “신앙인으로 산 세월이 긴 저로서는 자괴감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 후로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순례 여행에 대한 욕구는 점점 커져 갔지만 문제가 있었다. 얼마 전 무릎을 다쳐 걷는 것이 불편한 그가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본보의 이번 순례여행 프로그램은 장시간 보행이 힘든 지원자를 위해 버스가 따라다니며 힘에 부치면 언제든지 탑승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곧바로 순례여행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윤씨의 삶에서 도전은 익숙한 것이었다. 서울대 사범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 보건대학원에서 한국인 최초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학위 취득 후 한국으로 돌아가 ‘대한가족계획협회’에 몸을 담았다. 그곳에서 모체와 아기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인구 밀집도를 낮추며, 경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인구 정책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 표어도 윤성희씨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도미해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국제 보건학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 그 후에도 쉬지 않고 유엔 소속 국제 공중보건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그는 자신의 이력을 설명하며 “바쁘게 살았다”고 말했다. 순간순간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윤씨는 “85년을 살았고, 앞으로 생명이 주어질 때까지 잘 살아내야 하는데 예수님께서 언제 데려가실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번 여행에서 인생을 되돌아보고 남은 인생에 대한 계획을 다시 세워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걷는 행위’ 자체에 기대도 많이 하고 있다. 윤씨는 “남들만큼 걷진 못하겠지만 내가 걸을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릎 치료에 전념하고 이틀에 5마일씩 걸으며 실내 자전거를 타는 등 차근차근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윤성희씨가 이번 여행을 통해 세운 또 하나의 계획은 ‘하모니카 연주’다. 11살 때부터 하모니카를 불어온 그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주파수를 갖고 있는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 힘든 사람들을 격려하고 또 위로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순례 중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교제하고 사귈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 특별기획 산티아고 순례여행은 4~5월의 1차와 2차 일정은 모두 마감됐고, 가을에 떠나는 3차 여행(9월3일~18일)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한국일보 사업국 (213)304-3471

<황의경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