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나다의 레이건’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 별세

2024-03-01 (금) 10: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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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임시 NAFTA 체결·조세제도 개편…퇴임후 뇌물 추문도

'캐나다의 로널드 레이건'으로 불리는 브라이언 멀로니 제18대 총리(1984∼1993)가 향년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딸 캐럴라인 멀로니는 2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멀로니 전 총리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멀로니 전 총리는 지난해 초 전립선암 치료에 이어 심장 수술을 받았다. 유족들은 이후 상태가 점차 호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퀘벡주 북동부의 노동자 계급의 아들로 태어났다. 변호사와 사업가를 거쳐 1984년 중도 우파인 진보보수당을 이끌며 집권에 성공했다.

대중 연설에 재능이 있던 그는 세금 제도를 개편하고 정부 자산을 매각하는 등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의 보수 노선을 따랐다.

특히 1988년 캐나다·미국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을 주도했다. 1991년에는 물품 및 서비스 세금을 도입하는 등 조세제도를 개편했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대중의 지지를 잃었지만 정부 재정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염화불화탄소 사용 금지를 추진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에 강력히 반대하며 영연방국가의 남아공 제재 움직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1984년 에티오피아 기근 해결에도 앞장섰다.

캐나다 내 영어권과 프랑스어권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퀘벡주 분리주의의 부활로 이어졌다.

경기 부진 속에 지지도 하락을 겪던 고인은 1993년 물러났다. 그해 선거에서 진보보수당은 하원 295석 중 단 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패배였다.

정계를 떠난 멀로니 전 총리는 법조계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1988년 캐나다항공의 에어버스 여객기 구입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추문에 휩싸였다.


처음에 부인하던 그는 컨설팅 명목으로 22만5천 캐나다달러(시가 약 2억2천만원)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그가 무기판매업자와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의 별세 소식에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성명을 내고 "멀로니 전 총리는 캐나다를 사랑했다"며 "캐나다인을 위해 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항상 이 나라를 집이라 부를만한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애도했다.

캐나다 제1야당인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고인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가'로 칭하면서, 그의 경제적 유산이 캐나다에 '변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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