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져가는 반이민 정서 우려스럽다

2024-03-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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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반이민정서가 증폭되고 있어 이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국경 불법 입국 문제가 미국의 핵심 이익을 해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5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대통령 선거의 해를 맞아 보수층과 공화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중도 성향, 무당파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멕시코 국경으로 몰려드는 밀입국자 및 난민 신청자들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경 봉쇄와 반이민 규제에 대해 온건 정책을 펴온 바이든 정부마저 국경 통제 강화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반이민 정서가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파 결집을 위해 반이민 강경파들을 더욱 자극하고 부추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욱 강경한 이민 정책을 강조하면서 이민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유세 연설에서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 등의 막말을 의도적으로 쏟아내며 백인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그가 올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할 경우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작전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반이민 정서에 편승한 강경 정책들이 가져온 폐해를 우리는 이미 트럼프 1기 때 경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하자마자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이른바 피난처 도시들에 대한 연방 지원금 중단, 테러 위험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금지 및 비자 발급 중단 등 조치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이같은 정책은 미국사회에서 뿌리내리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합법 이민자들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민권 위반과 인종차별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한다. 한인사회를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는 이럴 때일수록 단합하여 무분별한 반이민 정서 확산을 막아야한다. 특히 올해 대선에서는 반미국적이고 반인도적 이민 정책에 맞서는 후보를 백악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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