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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새로운 금고… 공화당전국위원회

2024-02-28 (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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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전국위원회(RNC)가 트럼프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RNC 공동위원장직에 도전한 자신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에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라라는 이제까지 단 한번도 당의 지도부에 속한 적이 없다. 그러나 2024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이 유력시되는 트럼프의 며느리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RNC 공동위원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문직 여성으로서 그녀가 일구어낸 일생 최대의 성과는 두말할 나위 없이 에릭 트럼프와의 결혼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라라 이외에 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지부 위원장인 마이클 와틀리와 2020년 대선 부정론자이자 트럼프 진영의 수석보좌관인 크리스 라치비타를 RNC 위원장과 최고운영책임자로 각각 낙점했다.


RNC 위원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임명직이 아니다. 위원장과 공동위원장은 RNC 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그러나 공화당과 당의 장외 기구들은 물론 사실상 연방하원까지 장악한 트럼프가 RNC 지도부를 자신의 심복들로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비판자들은 그의 RNC 인사개입을 공화당이 트럼프 비즈니스 그룹의 자회사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한다. 이들은 트럼프가 공화당을 ‘가족기업’처럼 운영하려 든다고 비난한다. 트럼프의 족벌 기업은 부실 경영과 꼼수 경영으로 악명이 높다. RNC 인사 개입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법률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공화당 후원자들을 우려먹는 행위라는 외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 정리하자면 “국익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에 종속시키려는 시도”이다.

필자는 그같은 주장이 사실이길 바란다.

트럼프는 불법 자금유용으로 자신이 소유한 일부 기업과 그의 명의로 된 자선재단까지 거덜냈다. 아마 독자들은 트럼프 일가와 관련된 파산과 채무불이행, 금융 및 보험사기 등에 관해 신물이 나도록 들었을 것이다.

진실에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그의 친인척들이 경영일선에 배치됐고, 숱한 스탭과 변호사들이 기소됐다. 자금유용을 시인한 트럼프 역시 법적제한에 묶여 자선재단 이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자선재단은 해체됐다.)

트럼프는 정부를 기업처럼 경영하겠다는 공약에 기대어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는 도벽과 정실주의라는 자신의 원초적 비즈니스 본능을 국가경영에 고스란히 적용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양한 돈벌이 수법을 구사했다. 백악관 경호원들을 그가 소유한 건물에 묵도록 한 후 터무니없이 비싼 임대료를 청구하는 방법으로 납세자들이 낸 세금을 개인 금고로 빼돌렸다.

그의 경영원칙을 파악한 사우디, 중국과 터키 정부관리들은 물론 미국 기업의 로비스트들과 공화당의 거물급 인사들은 정부의 특혜를 끌어내기 트럼프가 소유한 호화 호텔에 진을 쳤다. 백악관을 떠난 트럼프가 워싱턴 D.C. 다운타운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매각한 이후 이곳에서 활발하게 열리던 정치행사가 크게 줄었다.


트럼프 일가는 이런 식의 비즈니스에 능했다. 예를 들어 백악관의 중동정책을 주무른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현직에서 물러난 후 무함마드 빈 살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부터 2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이번 주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왕세자가 워싱턴포스트 기고가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쿠슈너는 “아직도 그 타령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무함마드 빈 살람 왕세자는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쿠슈너의 사모펀드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고 재차 확언했다.

필자가 과거사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우익단체들이 이를 ‘망각의 구멍’ 속에 처박아 넣은 채 헌터 바이든의 의심스런 예술품 판매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의 낙하산 인사 이후 RNC가 어떤 모습을 띄울지 예고편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선 돈부터 챙기고 보는 트럼프의 관리스타일은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민주주의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고, 이같은 원칙이 라라 트럼프에 의해 RNC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공화당을 풍비박산 낼 것이다.

예들 들어보자. 라라 트럼프는 최근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RNC 공동위원장에 피선된다면 RNC 기금의 “단 1센트까지” 시아버지를 백악관에 재입성시키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은 필요한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의 예로 볼 때 트럼프 일가는 마라라고에서 정치 행사를 치르는 등의 방식으로 RNC 자금의 일부를 당 최고 지도자의 은행계좌로 흘러들어가도록 만들 것이다.

어쨌건, 현재 RNC는 10년래 최악의 재정상태에 처해있다. 트럼프 일가가 주도권을 쥐게 되면 사용가능한 RNC 기금은 차기 선거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에 투입되기보다는 (정치적, 법적 혹은 재정적으로) 트럼프 가문의 우두머리에게 가장 유용한 곳에 사용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좋은 일이다. 트럼프의 최면에서 벗어나려면 GOP(Grand Old Party:공화당)은 부실운영으로 파산해야 한다.

하지만 설사 당이 무능과 부패로 부실하게 관리된다 해도 11월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악재를 호재로 활용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2024 대선에서 지건 이기건, 트럼프는 어마어마한 돈을 챙기게 될 것이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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