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봄의 소리

2024-02-2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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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2주가 지났어도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온 몸을 파고든다. 그러나 어느 카페에서는 벌써 봄이 왔음을 확실하게 알리는 아름답고 감미로운 봄의 교향곡이 흘러나온다. 그것은 봄을 알리는 자연의 속삭임, 부드러운 미소, 갓 움튼 새싹에 와 닿는 햇볕의 따스하고 온화한 어루만짐 등으로 잘 이루어진 아름다운 멜로디다.

봄의 소리는 다시 태어남의 노래이며, 생명의 영원한 순환과 성장, 변화의 약속을 일깨워주는 속삭임이 아닐까. 겨우내 잠자던 대지가 잠에서 깨어날 때, 봄의 소리는 기대감과 경이로움으로 공기를 가득 채운다.

봄은 잠자던 씨앗이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고 대자연이 생동감 넘치는 색상과 아름답고 멋진 색감으로 활기차게 변화하는 재생과 활력의 시간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 따르면 “지구 자체도 살아서 숨이 막힐 정도로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깨어날 것입니다.”


봄의 소리는 귀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영혼 깊은 곳에서도 느껴진다. 그것은 우리 안에 기쁨과 희망, 감사를 유발시키는 일종의 교향곡과 같다. 자연계가 다시 되살아나는 봄이 되면 우리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회복력, 모든 생명체의 상호 연결성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자연의 하나를 잡아당기면 그것이 나머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전문가의 말도 있다.

이때 공기를 가득 채우는 새들의 합창을 빼놓고는 봄의 소리를 무어라 표현할까. 아름다운 아기새 웃음소리부터 어미새의 울음소리까지, 모든 새는 저마다 봄의 교향곡에 자신만의 소리를 더하고 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희망은 영혼 속에 자리잡은 깃털 달린 것이며, 가사 없이 노래를 부르며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봄의 소리는 자연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갓 피어난 정원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갓 돋아난 나뭇잎에 떨어지는 부드러운 빗방울 소리에서도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의 오감을 일깨우고 정신에 영양을 공급하는 모든 새로운 광경, 소리, 감각의 총집합체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늘 바쁜 일상에서 늘 분주한 생활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간과하기가 너무 쉽다. 그러나 봄의 소리 속에서 우리는 속도를 늦추고, 잠시 멈추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단순한 기쁨과 행복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우리에게는 야생의 강장제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배우려는 동시에 모든 것이 신비롭고 탐험할 수 없는 것, 땅과 바다가 무한히 야생이어야 한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조사하지도 않고 헤아릴 수도 없다.”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불확실해 보이는 세상에서 봄의 소리는 우리에게 안정감과 여유를 안겨준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 아무리 어두운 밤에도 봄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며 새로운 시작과 끝없는 가능성을 약속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꽃을 꺾을 수는 있지만 봄이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봄의 교향곡을 들으면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마음을 활짝 열고 새 생명의 기적과 변화의 힘을 맘껏 받아보자. 겨울이 아무리 길더라도 봄은 언제나 오게 되어 있다.


봄은 어떤 역경속에서도 반드시 달콤하고 부드러운 선율로 세상을 가득 채우고 싶어 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이제는 묵은 때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공기와 변화를 흠뻑 받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봄의 소리는 생명의 영원한 순환과 성장과 변화의 약속을 일깨워준다. 희망과 기쁨, 감사로 공기를 채우고, 우리를 둘러싼 단순한 기쁨에 대해 속도를 늦추고 감사하도록 일깨워주는 멜로디다.

봄의 노래를 들으며 자연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마음을 열고 모든 형태의 생명의 기적을 축하하자. 기분은 물론 일상이 새로워질 것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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