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인종이 섞여사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아프리칸 아메리칸 학생들은 큰 몸집 때문에 쉽게 눈에 띄고 또래 사이에서도 은근히 따돌림을 받는 것을 본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을 지 몰라도 초등학교 학생들도 자신의 피부 색깔과 생김새에 대해 신경쓰고 있는 것을 보아왔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개학이 되면 초등학교 4학년때 이미 키와 덩치가 어른 만큼 커져서 멀리서 보아도 눈에 확 띠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복도에서 지나가던 선생님들이 아무 생각없이 ‘너 참 많이 컸구나’ 하고 말하곤 하는데 그러한 말도 그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아픈 말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인종의 또래들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또 타고난 자기 자신의 생김새에 대한 자아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다문화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출판하고 널리 보급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통해 백인, 아시안, 아프리칸 아메리칸 주인공을 접하고 이해함으로써 생김새와 문화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글로벌 마인드셋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글로벌 마인드셋을 갖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적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더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아동문학에도 영향을 미쳐서 2024년 칼데콧상은 바시티 해리슨의 ‘Big(큰 아이) '에게 돌아갔다. 칼데콧 역사상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성 작가가 칼데콧 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연분홍 발레복을 입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아가 두 팔을 위로 뻗친 채 자신을 내리 누르는 BIG 이란 단어를 힘겹게 받아올리고 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 여아는 아기 때에는 우유를 잘 먹고 무럭 무럭 자란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울지 않고 잘 놀며 방글방글 웃으면 가족들과 친척들이 굿 베이비라며 예뻐해 주었다. 온 세상이 자기 것 같았던 그러한 자아감은 아이가 학교에 다니던 어느날 참담하게 깨진다.
어느새 2학년이 된 주인공 소녀는 어느날 학교 놀이터에서 어린 아이들이 타는 작은 그네에 엉덩이가 끼어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된다. 어쩔줄 몰라하는 주인공을 향해 또래 학생들의 야유와 조소의 소리가 들려온다. 도와주러 온 선생님 마저 넌 이 그네를 타기에는 너무 크지 않냐고 하신다. 그 때부터 주인공에게는 자신의 ‘큰 몸집’ 에 대해 몹시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외로이 울고 고민 하던 아이는 어느날 더 이상 울 수 없을 정도로 펑펑 울어버리고 나서 스스로 깨닫게 된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을 방어하고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는 자신에게 좀더 관대해 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주인공은 창의적이고, 착하고, 친절하고, 유순하고, 재미있고, 영리하고 동정심이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인 자아상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자아상(self-image)은 자기가 보는 자신의 모습이다. 자아상에 따라 자존감(self-esteem)과 자신감(confidence) 이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이번에 칼데콧 상을 받은 ‘Big’에서는 덩치가 큰 아프리칸 아메리칸 소녀가 왕따를 당한다. 이 책의 저자이며 삽화가인 바시티 해리슨은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구상해왔으며 이 책이 많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소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미디어에 비춰지는 모습에 자신들을 견주지 말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의 대중이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정체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이 책이 다리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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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온경/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