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책방은 ‘문화 쉼터’…“숫자 줄었지만 가치 커져”

2024-02-16 (금)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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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T, 남가주 한인서점 조명
▶한때 LA·OC에 20여곳 성업

▶ 이젠 반디·알라딘 등 7곳뿐
▶타인종도 “한국 서점 반가워”

한국 책방은 ‘문화 쉼터’…“숫자 줄었지만 가치 커져”

남가주에 몇 개 남지 않은 한인 서점 중 하나인 LA 한인타운 올림픽가의‘반디북스’에서 15일 한 직원이 책을 정리하는 가운데 고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인 밀집지인 LA와 오렌지 카운티에서 많이 사라진 한국어 서점에 대해 LA타임스(LAT)가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LAT는 15일 풀러튼 알라딘 서점의 소유주인 남민우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20년 전 해당 서점을 열었을때 오렌지 카운티에는 약 8개의 한국어 서점이 있었고, LA에는 또 다른 12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는 오렌지 카운티에 남씨의 매장을 포함해 2곳 밖에는 없으며, LA에는 5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어 사용자와 한국어 학습자라는 미국에서는 비교적 작은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서점은 전자책과 온라인 주문의 증가 속에 주류 서점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남씨의 풀러튼 알라딘 서점은 줄어든 경쟁자와 단골손님으로 인해 그래도 수익을 내며 살아남고 있다. 또한 체인점 시스템을 통한 배송, 부에나팍 한인 커뮤니티의 성장 등도 이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신문은 한국어 서점이 전보다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한인 커뮤니티에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풀러튼 알라딘 서점을 10년 넘게 이용하고 있는 65세 고객은 “이 서점이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한국 문화와 지식을 담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며 이 서점을 ‘일종의 문화유적지’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LAT는 한국 서점들의 경우 이민 1세 뿐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부모, 한국어를 배우려는 비한국인에 이르기까지 손님은 여전히 다양하다고 설명하면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렌지카운티 사이프레스에서 디지털 마케터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31세 비한인 앨리 벨은 그녀의 한국어 수업을 위한 교재를 찾고 있었는데 LA 한인타운 반디북스와 풀러튼 알라딘 서점 두 곳에서만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한국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이러한 서점이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인 1.5세 조 최(33)씨는 10대 때부터 미국에 살았지만 여전히 한국어로 책을 읽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수개월전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었을 때 느끼게 된 경우다. 그는 모르는 단어들을 찾아보고 천천히 읽어보려고 하다가 결국 한국어 서점에서 결국 한국어판을 사게 됐고, 지난 금요일에는 경영학 책을 또 구입했다고 한다.

또 한국에서 온 지인을 위한 소설책을 구매하기 위해 한국어 서점에 들린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존 김씨는 바쁜 이민생활 때문에 책에 관심이 있어도 읽을 여유가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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