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마냥 달갑지만 않은 이유

2024-02-15 (목)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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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일리지·노선·항공료 영향 EU 승인에 미국 받으면 확정

▶ “마일리지 1대1 비율 아닐 것” 노선 축소·운임 상승 우려도

국적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 미국 법무부의 심사가 아직 남아 있지만 최대 고비 중 하나로 꼽혀 온 EU의 승인 문턱을 넘으면서 세계 10위권의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EU의 조건부 승인이 아시아나항공의 알짜배기 사업 부문의 매각과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 반납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미국 법무부 심사 과정에서도 비슷한 요구 조건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제 미국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LA 한인들의 관심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소진 정책과 기존 3개 국적항공사에서 2개로 감소하면서 벌어질 공급 축소와 가격 상승 여부에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소진



LA 한인들에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통합되더라도 당분간 마일리지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결합 승인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되더라도 향후 2년 간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독립회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기간 동안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소진을 촉진하기 위해 별도의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2년 기간 후에 남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특정 비율에 맞춰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통합된다. 전환 비율은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인데 현재 전환 비율의 기준 설정을 위해 외부 용역기관에 의뢰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LA한인들의 우려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소진 촉진을 위한 정책이 나오더라도 미주 한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현재 한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미주 지역에선 거의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들의 마일리지 사용처는 좌석 승급이나 보너스 항공권에 국한되어 있다. 따라서 미주 한인들을 위한 마일리지 소진 정책이 별도로 수립되지 않는 한 2년 동안의 유예 기간도 한인들에겐 무의미하다.

게다가 대한항공으로 전환이 되더라도 1:1 비율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여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소유하고 있는 한인들은 상대적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국적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합병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마일리지 보존과 보상 조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축소에 따른 항공료 인상

한국 내 최대 항공사들의 합병이다 보니 항공편 축소에 따른 좌석 공급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다음달부터 아시아나항공이 LA-인천 노선에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을 주야간 증편에 나선다. 이미 이번 달부터 A380 증편에 나선 대한항공과 함께 하루 4회 주 28회에 걸쳐 A380이 태평양을 오고 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A380의 총 좌석 수는 417석으로 대한항공의 407석 보다 아시아나항공 A380의 좌석수는 총 495석으로 대한항공 A380의 407석 보다 88석 많다. A380 증편은 좌석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통합이 되고 나면 아시아나항공의 A380 좌석은 사라지게 된다. 좌석 공급 수가 줄면 그만큼 항공 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더 커진다.

통합되고 나면 한인들의 항공 요금 선택폭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 상중하의 3단계 항공료 선택에서 비싼 대한항공과 덜 비싼 에어프레미아의 2개 가격대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항공료 인상 가능성에 대해 국적항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항공 자유화지역(open sky)이라 운수권 없이 운항이 가능해 노선 축소 없이 슬롯 변경으로 다양한 시간대에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며 “항공 운임은 국토교통부의 승인 사항으로 기업이 임의로 인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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