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어른 모세

2024-0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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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식 목사 / 세화교회 담임

한국 역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 받는 인물들이 있습니다.대개 한국의 무속신앙인들이 그들을 추앙합니다.대표적으로 을지문덕,강감찬,이순신 등입니다.을지문덕은 살수대첩을 승리로 이끌어 나라를 구했고,강감찬은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끌어 나라를 구했습니다.이순신은 명량,한산,노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어 나라를 구했습니다.요즘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주목 받고 있는 강감찬만 보더라도 수많은 신화적 이야기들이 전해집니다.

강감찬이 태어난 곳을 ‘낙성대’라고 부릅니다.서울의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다 보니 사람들이 또다른 ‘대학교’로 오해합니다.낙성대는 강감찬의 탄생 설화에서 생긴 이름입니다.강감찬이 태어나는 날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고 합니다.그 별은 문곡성인데,북두칠성의 네 번째 별이랍니다.문(文)과 재물을 관장하는 별입니다.그래서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집을 일컬어 낙성대,즉 ‘별이 떨어진 곳’이라고 부릅니다.

강감찬의 어머니는 인간이 아니라 여우라는 설화도 있습니다.강감찬의 아버지 강궁진이 태몽을 꾸고 훌륭한 아들을 낳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을 때,귀가 중 여인으로 둔갑한 여우를 만나 관계를 맺어 낳은 아들이 강감찬이라는 겁니다.영웅설화의 전형적인 이야기입니다.강감찬에 대한 신화 중 벼락설화도 있습니다.강감찬이 벼락을 부러뜨렸다는 이야기입니다.전쟁 중에 벼락에 맞아 죽는 병사가 많고,걸핏하면 일반 백성들이 벼락에 맞아 죽자 강감찬은 벼락을 분질러 없애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하루는 일부러 샘물가에 앉아서 일을 보는데 하늘에서 벼락칼이 내려와 강감찬을 치려고 했답니다.그때 강감찬은 벼락을 얼른 잡아서 분질렀다고 합니다.그후부터 벼락 치는 횟수도 줄어들고 부러진 벼락은 얼른 나왔다 다시 자취를 감추게 되어 사람들이 벼락에 맞는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합니다.훌륭한 인물은 이렇게 신화적으로 승화되어 칭송을 받는 법입니다.


성경에도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 받던 인문들이 여럿 있습니다.그 중에서 단연 모세가 돋보입니다.모세는 구약성경의 처음 다섯 책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그래서 구약성경의 처음 다섯 책을 ‘모세오경’이라고 부릅니다.모세오경은 ‘모세 이야기’로 바꾸어 불러도 됩니다.모세오경의 중심 사건은 ‘출애굽 사건’인데,그 출애굽 사건의 중심은 모세입니다.모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표현해 주는 성경구절이 있습니다.민수기 12장 3절에 나옵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

모세오경에 그려진 모세의 모습을 보면 모세는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했던 사람이고,온유했던 사람이고,하나님을 대면하여 본 유일한 사람입니다.그 때문에 모세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사람입니다.또한 후계자를 세워 공동체를 든든하게 하고 후일을 준비한 사람입니다.무엇보다 모세는 자기가 우상화 되는 것,즉 자기가 신적인 인물로 높임 받는 것을 방지한 사람입니다.그래서 모세의 무덤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끝을 보면 안다고 합니다.모세의 인생 마지막을 보여주는 신명기 34장은 모세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그 후에는 이스라엘에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일어나지 못하였나니 모세는 여호와께서 대면하여 아시던 자요.” 한 마디로,전무후무한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한국 역사의 영웅적 인물이나 성경의 위대한 인물을 언급하는 이유는 요즘 우리 시대에 들리는 탄식 소리 때문입니다.우리 시대는 탄식합니다. “어른이 없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하는 시절입니다.강감찬이나 모세처럼 세상에 널리 알려진 어른이 되지 못하더라도,내 삶의 자리에서 작게라도 어른이 된다면 우리가 머무는 삶의 자리가 얼마나 평안해지고 따스해질까,상상해 봅니다.어른이 없다는 탄식 소리가 들리는 이 때,우리 함께 조금씩만 더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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