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토 무시’ 트럼프 발언에 발칵…“푸틴 도와주나” 성토

2024-02-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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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위비 분담 안 내는 동맹국 러시아 침공받아도 안 도울 것”

▶ 나토 동맹국들 거센 반발
▶공화당 내부서도 비판 나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에 공격받아도 돕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나토 동맹국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 나토 동맹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돕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에 이들 동맹을 공격하라고 권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러시아가 공격해도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의 발언을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숄츠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집단방어 원칙을 약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해두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나토 집단방어 원칙의 약화에 대해 “러시아에만 이득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투스크 총리도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방어 협력 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대안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의 대선 경선 주자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트럼프 발언에 대한 NBC 인터뷰에서 “이것이 내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던 이유”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이후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정적을 살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것이라며 “폭력배의 편을 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이날 로이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말을 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아무도 침공하지 않았고 만약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그에게 미국은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방어해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인 랜드 폴 의원(켄터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어리석은 말”이었다고 비난했다.

반면 일부 공화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부당한 의무 분담에 항의하려는 취지였다며 감싸주기에 나섰다. 연방상원 정보위원회의 공화당 고위 간부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거의 모든 대통령은 한번은 다른 나토 회원국이 충분히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에 불평을 한 적이 있다”며 “트럼프는 단지 그 불평을 이런 단어들로 처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보다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불안해하는 나토 동맹이 미국의 안보에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나토 관련 발언에 대해 “나토 동맹은 미국민들에게 실제로 안보를 제공한다”며 “나토는 미국이 주기만 하는 동맹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많은 것을 얻는 동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토가 한 회원국의 방어를 위해 (집단적으로) 나선 유일한 전례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면서 미국민과 의회가 나토를 폭넓게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1개국이 참여하는 나토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데, 이 같은 집단방위 원칙은 미국이 2001년 9월11일 테러를 당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나토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해 처음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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