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소망

2024-02-08 (목)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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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를 통하여 나보다도 연세가 많은 한국의 김형석 교수의 ‘새해 소망’ 이란 글을 읽고 어쩌면 내가 걸어온 인생관과 소망 역시 닮았다는데 공감하면서 나 역시 모든 것을 털어놓고 글로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다. 특히 그의 글 중에 몇 년 전 KBS에 출연했는데 대담자가 혼자 오래 사셨는데 여자 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하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색해서 생각은 간절하지만 아직도 하는 일이 바빠서 안될 것 같다, 2년쯤 후에는 신문에 여자 친구를 기다린다는 광고를 낼 작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100세 전까지는 누군지 모르는 할머니들이 그 신문 광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100세가 한계선이었다. 모든 할머니가 떠나가 버린 모양이다라고도 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도 아내를 잃고 10여 년을 홀로 살아오다 몇 해 전 이웃에 혼자 사는 여인을 만나 늙게나마 사랑을 나누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듯 행복한 나날을 보내오다 약 1년 전 그마저 먼저 가버리고 외로운 삶이 되고 말았다.


김형석 교수 말처럼 나도 이제 100세가 되었으니 신문에 할머니를 기다린다고 광고를 내봤던들 소용도 없을 것이 뻔하다. 그렇지만 나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신문에 칼럼을 써내는 것이 오로지 낙이다. 얼마 전 “뉴욕한인회 하례식에서 만세삼창”이란 제하의 칼럼을 한국일보 오피니언난에 써낸 일이 있다.

그 후 이 신문을 본 많은 분들로부터 전화가 쇄도했다. 어떻게 100세나 되는 분이 버스, 트레인을 이용, 또 걸어서 한인회까지 갔느냐가 주제였다. 어떤 분은 전화번호를 몰라 뉴욕한인회 회장에게 문의해서까지 격려 전화를 해준 분이 있는가 하면 점심이라도 같이 하고 싶으니 시간을 내서 연락을 달라고 하는 분 등등, 그 칼럼을 통해 많은 분들이 감동을 한 듯 했다.

김형석 교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했다. 나머지 삶은 시를 쓰다가 가고 싶다 한다.

나 역시 앞으로 몇 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계속 칼럼 글이라도 써 남기고 싶다. 그동안 나는 사회 속에서 선(善)의 가치를 추구해 왔다. 이제 100세를 맞이 하면서 나 자신을 위하여 아름다움을 찾아 섬김의 삶을 남기는 여생을 갖고 싶다. 100세가 넘으면 1년이 과거의 10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성경 말씀에는 “너희가 청년의 때 그날이 이르기 전에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제라도 깨달음이 있고 실천할 수 있으면 장년이 아니라 100세가 되었더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알차게 채우고 가면 되는 것이다.

할 수 없는 날, 후회해도 쓸데없는 날, 빛이 희미해지는 날이 온다. 고령자의 인생선배들이 공통적으로 고백한, 참으로 중요한 내용들인즉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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